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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통 크겠지만 전기요금 정상화는 가야 할 길

고물가 부담에 4분기 요금 또 동결
미래 부담 안되게 포퓰리즘 탈피를

[fn사설] 고통 크겠지만 전기요금 정상화는 가야 할 길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10~12월)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한 23일 경기 수원시의 다세대주택에서 한 시민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가 4·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금과 같은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력량 요금과 기후환경 요금 등 나머지 요금도 별도로 올리지 않았다. 이로써 전기요금은 4·4분기까지 동결돼 지난해 2·4분기 이후 여섯 분기 연속 제자리 상태가 됐다.

안 오른 것이 없는 고물가로 팍팍한 생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윤석열 정부 들어 요금이 50% 인상됐다"며 "국민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폭염 기간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정부 내 이견도 많고 여론을 의식한 여당 압력도 만만치 않아 정상화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 눈감은 요금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고통스럽지만 실정에 맞는 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총대를 메야 한다.

여러 이유로 정부가 요금 인상을 누르면서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 상태를 보면 참담하다. 원가보다 싸게 파는 기형적인 영업구조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던 시기 한전은 비싸게 원유를 사서 싼값에 전기를 공급했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3조원까지 불어난 것은 순전히 그 여파다.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고, 이자 지급액만 연간 4조원이다. 2020년 11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543%까지 불었다. 올려야 할 때 못 올리고 여론 눈치만 보다 기업 재무구조를 망가뜨린 것이다. 이 부담이 결국엔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전이 최근 5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낸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누적된 손실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다섯번째로 낮다. 더욱이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 대규모 송전선로 구축도 절실하고 노후설비도 교체해야 한다. 각종 전력 인프라 투자는 국가 미래를 위한 과제다. 한전이 이 중차대한 업무를 주도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해서라도 현실적인 요금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요금 결정 과정이 정치권 입김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시장 질서에 기반해 요금이 책정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혁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미국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9년 전 가동을 멈춘 원전까지 다시 살리고 있다. 스리마일 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부터 재개한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이 지역은 1979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전력 확충이 그만큼 절박한 국가 현안이라는 걸 말해준다.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로 원전만 한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부실을 부채질했던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