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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 2000억弗 추가 청산 가능성... 지난달 '블랙먼데이' 악몽 재현되나

한은, 전체 잔액 3조4천억弗 추정
"현실화땐 변동성 확대 유의해야"

지난달 초 '블랙먼데이' 사태 등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엔화 기반 캐리 트레이드(엔캐리 자금)의 전체 규모가 500조엔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이 32조7000억엔, 약 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누적된 엔캐리 자금이 추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에 따르면 전체 엔캐리 자금의 전체 잔액은 506조6000억엔(3조4000억달러)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전체 엔캐리 자금의 6.5% 수준인 32조7000억엔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엔캐리 자금을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로 구분해 분석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가 저금리 통화로 대출받은 자금을 다른 곳의 고수익 자산에 재투자하는 투자전략을 뜻한다. 지난 2016년 이후 일본이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이어온데 비해 미국이 지난 2022년 3월부터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기대수익률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7월 이후 엔화가 급격하게 절상해 실현수익률이 손실로 전환하면서 8월 초 글로벌 엔캐리 자금 청산이 현실화됐다.

자금유형별로 보면 한은은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5000억엔이 전액 청산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투기적 목적 등이 강한 엔화 선물 거래의 경우 글로벌 충격을 외화 파생상품 시장에서 즉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의 경우 총 41조1000억엔 중 13조엔,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465조엔 중 19조2000억엔의 청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한은은 향후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속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축소되면서 그간 누적된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산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 당시에도 미국 경제의 강건성이 확인되면서 투기적 단기 엔캐리 청산에도 빠르게 회복됐으나 관련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이슬란드의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금리차에 기반해 과도하게 유입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지목됐다. 미국의 2008~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미국의 신용버블의 배후에 엔캐리 자금의 유입이 있었고, 위기 발발 후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미 달러화 가치 하락 및 엔화 강세 현상이 관측됐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위기를 직접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이 증대되는 시점에 투자 대상 국가의 통화가치와 자산가격의 하락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특히 고금리 취약 신흥국에 캐리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어 환율이 크게 고평가된 상황이라면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