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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높아...수요 맞춤형 제조 전환·규제 완화해야"

'제3회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

한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높아...수요 맞춤형 제조 전환·규제 완화해야"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의 환영사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시대‘를 주제로 진행됐다. 2024.9.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가 간 경쟁적 협력이 강화되고,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정책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정선영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제3회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 세션1에서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차장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잦은 공급망 교란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최근 대외 연계성이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취약성에 대한 평가와 산업구조 검토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 및 교역은 △제조업 중심 △수출 중심 △중간재 중심의 생산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대외 생산 연계가 강하며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 △중간재 수입 비중 심화 △서비스 수출 약세 등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정 차장은 "우리나라 총 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41%로 일본·독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구조이며, 생산 연계를 고려한 간접 수출까지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미국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면서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연평균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4.6%로 글로벌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맺고 있는 타국과의 연계 생산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IT 제조업의 대중 연계성도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인건비 및 경제력 상승으로 인한 생산기지 이동△중간재 공급자로의 중국 역할 전환 등의 영향으로 2018년 이후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데, 한중 간 IT 제조업 생산 구조 변화는 한국에는 하방 요인, 중국에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망의 구조적 흐름에 대한 부분도 언급됐다. △디지털 전환 △서비스 교역의 비중 증가 △지정학적 갈등의 향방 △기후변화 대응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공급망 변화 요인으로, 정 차장은 "과거의 교역이 상품의 이동, 현재의 교역은 공장의 이동이라면 미래의 교역은 사무실·서비스의 이동이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또한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국경세와 같은 무역장벽 도입으로 새로운 무역갈등이 촉발될 수 있으며, 기후 기술과 자원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 또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책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차장은 "제조 중심의 경제 구조를 서비스 위주로 무리하게 재편하기보다는 디지털 기술 융합에 필요한 제조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배터리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은 정보 비대칭성과 가격 결정력 부족으로 리스크에 상시 노출될 우려가 있는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이 강화될 경우 기후 중립 관련 이행 리스크에도 동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가 원자재 수급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기업들이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성과 함께 핵심 광물의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정보 시스템의 구축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차장은 "국내외 주요 광물 자원 정보와 글로벌 시장 가격 변동 추이, 수출입 현황 등 기초 데이터 제공뿐만 아니라 조기 경보 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같이 비상 상황에 대응한 체계 예측 분석 기능, 자원 가격 변동,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고도의 분석적 기능이 보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조와 서비스 간 융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대폭 완화도 대안이 될 전망이다.

정 차장은 "제품 첨단화, 수요 맞춤형 제조로의 전환, 국가 간 전략적 협력 모색, 글로벌 서비스 허브로의 리포지셔닝, ESG 공급망으로의 전환 등이 뒷받침될 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 팀장 등이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권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수로 보고 산업 정책과 공급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으며 2차전지와 희토류 채굴 및 정제 관련 공급망은 중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