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안 나와
관성적 반대 아닌 대안 내놓아야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을 결정할 때 의료계 입장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29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 방향과 운영계획에 대한 심의를 완료했다고 한다. 신설될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간호사·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분과별 위원회로 구성되는데, 각 분과위 전문가 추천권의 과반수를 각 분야별 현업 민간단체에 준다는 복안이다. 향후 의료인력 수급 결정에 의료계 입장이 대폭 반영되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이런 제안에 대한 의료계의 화답 여부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향적으로 제시하는 소통과 합의 방식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저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만 고집하며 대화의 창구를 걸어 잠갔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실태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료공백 상황은 심각한 수위를 넘어섰다. 소통과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의료갈등 문제에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는 의료계의 태도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위한 소통 방안과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의료개혁의 의사결정 주체로 의료계를 존중했다. 의대 증원이라는 이슈에 의료계의 반발이 큰 탓에 아예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구성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지난 27일에는 3년간 30조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료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의료개혁에 대해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의료계가 철저히 등을 돌리고 선다면 국민의 외면 대상이 될 뿐이다.
의료계의 이런 태도는 정부와 각을 세우며 끝까지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정원이 확정된 단계인데도 내년 의대정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계는 내부분열과 혼돈으로 의사결정 판단력마저 흐려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대표적으로 의정갈등 해법 창구로 거론된 여야의정 협의체가 한달여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의 중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내 의사결정 리더십을 놓고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2025년도 정원은 되돌리기 힘든 만큼 2026년 정원을 놓고 대화에 나서자는 합리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사 블랙리스트 등 강경 목소리에 눌려 다양한 의견이 묵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리더십 부재에다 집단 이기주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의료계 내부의 출구전략도 짜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소통의 장으로 나아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게 의료계 내부 갈등 딜레마를 해소하고 실리를 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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