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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총재 기재부 첫 방문, 지지부진 개혁 불지피길

정책 제언은 당연한 한은 책무 맞아
귀 기울여 듣고 이슈로 만들어가야

[fn사설] 한은 총재 기재부 첫 방문, 지지부진 개혁 불지피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사진=뉴시스화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30일 기획재정부 세종청사를 찾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구조개혁과 인구 문제들을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한은 총재가 기재부 청사를 찾은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의 양축으로서 정보 교류와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한 적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추구하지만, 그밖의 일반적인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책 조율과 제언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최근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를 제안하는 발언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교육 문제에 대한 한은 총재의 언급은 크게 보면 국가 전체의 구조개혁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날 대화 주제가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최 부총리는 한은의 제안과 관련, "과거 한은 조사국이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한은의 우수인재들이 우리 사회문제의 해법을 같이 고민하는 것은 한은 입장에서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한은이 정책 분석과 개발에 대해 정부에 제안하거나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도 한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총재가 교육 문제 등과 관련해 혁신적인 제안을 한 것은 답보 상태에 놓인 한국의 구조개혁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단 교육만이 아니라 정부가 이끌어가야 할 구조개혁은 노동, 저출산, 연금, 의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러나 기득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의료개혁이야 말할 것도 없고 노동개혁과 연금개혁도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로 현 정부 들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혁신, 사회 이동성, 인구 문제를 세부 주제로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어느 정부에서나 초기에는 거창한 개혁을 논하다가도 막상 강한 반발에 부딪히다 보면 동력을 잃어버리고 개혁 작업을 용두사미로 끝내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 또한 그런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는 입법권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야당의 책임도 크다. 정부의 개혁 추진에 협력하기는커녕 정치적 공세를 퍼부으며 결과적으로 훼방만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구조개혁은 작은 성과도 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다 끝나고 말 것이다. 현 정부의 임기는 아직 절반이 넘게 남아 있다. 개혁을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한은이 중심이 되어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을 잡고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비록 반발을 사 인기가 더 떨어진다 해도 연금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등 대중영합주의에 빠졌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처럼 구조개혁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기재부와 한은 총수가 정례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의미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화가 대화로 끝나고 현실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그런 대화는 필요도 없다. 한은의 제언도 생뚱맞다고 아예 무시하거나 흘려듣지 말고 누구라도 관심을 갖고 이슈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반발도 문제지만 무관심도 개혁의 발목을 잡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