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인프라 등 지원에만 초점
이성권 의원 "대비책 미비" 지적
13세 미만 어린이 운전 증가세
범칙금 부과해도 단속 '역부족'
최근 부산시가 공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퍼스널모빌리티(PM)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무분별한 길거리 방치나 교통사고 위험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PM과 대중교통수단 간 환승할인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내 곳곳에 PM 전용 주차장을 지정하는 등 '15분 도시 생활권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PM의 간편한 이동성에 주목해 부산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들도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특히 산복도로 등 비탈길과 고지대가 많고 복잡한 부산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PM이 적합한 교통수단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9월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 내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공유업체는 총 8곳으로 1만대 넘는 PM이 시내를 누비고 있다. PM의 기본요금은 1000원대로 시간당 100~200원이 요금에 추가된다. PM은 요금이 저렴하고 '전동차'라는 인식이 부족해 면허가 없는 중·고등학생이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미비하고 이용자 규제는 느슨해 관련 교통사고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성권 국회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PM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447건에서 지난해 2389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부상자도 같은 기간 473명에서 26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 PM 교통사고 건수가 2019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PM 운전자의 범칙금 및 과태료 부과건수도 지난 3년간 2배 이상 늘었다. 가장 많은 단속 이유는 안전모 미착용과 무면허 운전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및 음주운전이 늘면서 PM 안전대책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 3년 전 운전면허증을 땄다는 직장인 A씨(20대·여)는 "사고가 잦다는 뉴스를 접하고 킥보드 이용이 꺼려진다"며 "어린 학생들이 PM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봤지만 무면허로 운전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면허가 필요하지만 해당 업체 중 상당수가 만 16세 이하 이용자에게도 원동기면허 인증 없이 전동킥보드를 대여하고 있다. 건너뛰기 또는 다음에 등록하기를 통해 면허인증 없이 전동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헬멧 미착용, 무면허 운전 등 PM 관련 교통법규 단속을 시행해 무면허 킥보드 운전 적발 시 범칙금 10만원, 헬멧 미착용 시 벌금 2만원을 부과하지만 단속에는 역부족이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해수욕장 등 관광지와 대학가가 많은 지역 특성상 남구지역은 관련 사고가 빈번해 무면허 PM 운전자를 불시 검문하는 등 단속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지만 골목길과 보행로를 오가는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PM의 높은 교통사고율과 함께 PM 방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방치된 PM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심야시간 보행자 충돌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시는 지난 5월부터 무단방치 PM에 대해 견인 조치에 들어갔으나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도로에 방치된 PM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구·군 지자체에 연락해 PM 업체에 수거를 통보하고, 1시간이 경과하면 강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견인비와 주차비는 PM 업체에 부과한다. 하지만 9월 현재 강제 견인은 6개 구·군에서만 시행 중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각 구·군이 조례를 제정해야 견인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구 관계자는 "PM의 주 이용자인 20대와 청년인구가 많은 남구는 방치 PM 민원 역시 많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PM이 견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PM 견인 조치가 근본 안전관리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디서든 반납 가능한 PM을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편리성이라는 장점이 사라지고, PM 방치 신고와 수거 사이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PM에 대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하지만,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 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자체의 PM 업체에 대한 관리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보류 중인 상태다.
PM 사고와 민원에 대해 업체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무소속)은 "PM 인프라 확충 등 지자체가 민간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PM 폐해에 대해서는 시와 기업이 협의해야 하지만 견인비를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등 시민들이 사회적 비용을 '이중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PM 업체는 견인비가 발생한 경우 지정공간에 주차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
PM 업체는 PM 교통사고 대비와 방치 문제는 '이용자의 재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의 PM 업체인 B사는 "운전면허 등록 등 PM 운행 준수사항과 방치로 인한 견인비 청구를 미리 고지하고 있다"며 "헬멧 미착용과 2인 이상 탑승은 실시간 확인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 이용자 스스로 지켜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교통사고 예방과 인명피해 감소를 위해 최대 시속 25㎞인 PM의 속도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 PM 업체 등은 이달부터 오는 12월 말까지 서울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PM의 최고 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하는 규정을 시범 도입해 운영한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