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내년 국방예산을 25% 증액했다. 9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 공습 뒤 우크라이나 소방관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러시아가 2년 반이 다 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년 정부 예산에서 국방예산을 25% 증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대기 위한 것이다.
군사적 케인스주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9월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내년 예산안 초안에서 국방예산으로 13조5000억루블(약 191조원)을 할당했다.
사상 최대 국방비다.
올해 국방비 10조8000억루블에 비해 25% 증액했다.
내년 국방 예산 대거 증액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른바 ‘군사적 케인스주의’를 강화하기로 결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케인스주의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책 처방을 말하는 것으로 유효수요가 부족해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정부가 소비자로 나서 재정을 동원해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정책이다.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정부가 전쟁 물자 수요를 통해 경제를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조달로 공장 가동이 늘면서 경제가 활성화돼 소비 지출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전쟁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하고, 노동력 부족 사태도 불러일으킨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진보 성향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 펠로 엘리나 리바코바는 “러 관료들이 지난해에는 ‘특별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위장했지만 (새해 예산안에는) 이제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면서 “이제 가식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리바코바 펠로는 “(러시아가) 이제 (가식이라는) 장갑을 벗어던졌다”면서 “그들은 더 이상 단 시일 내에 정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장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 경제 호황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즉각적인 경제 제재 충격으로 러시아 경제를 빈사 상태로 만들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러시아 경제는 침체 전망과 달리 전쟁 1년 뒤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6%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경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방위비를 배정했고, 방위비 증액에 따른 수요 확대 효과는 경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뿐 항구적인 효과는 없다는 기존 이론과 다른 지속적인 경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러시아 국방예산은 2026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12조8000억달러로 줄고, 2027년에는 소폭 늘겠지만 내년 국방비 예산보다 적은 13조10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방예산이 줄기는 해도 다른 ‘안보’ 관련 예산은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3조5000억달러를 기록해 방위비를 포함한 전체 안보 예산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과 안보 예산이 러시아 총예산의 약 40%를 차지하게 된다.
국방, 안보 예산이 늘면서 사회복지 예산은 삭감된다.
사회복지 예산은 올해 7조7000억루블에서 내년 6조5000억루블로 줄어 3년 연속 ‘안보’ 예산을 밑돌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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