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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결국 가야 할 길

[기자수첩] 전기차, 결국 가야 할 길
최종근 산업부 기자
"전기차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에 이어 화재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자 직접 전기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만 같았던 전기차 시장은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월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9만5283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6.1% 감소한 수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사고가 발생한 8월에는 새로 출시된 신차를 빼면 전기차 판매가 전월 대비 30% 줄었다. 해외 상황도 국내와 비슷하다. 전기차 생산 확대를 선언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볼보 등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줄이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전기차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정책적 지원은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매년 감소하고 있고, 충전요금 할인혜택이 종료되면서 전기차 유지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과거에는 전기차를 타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화재에 대한 우려로 어디를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비싸게는 내연기관차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을 내고 굳이 전기차를 탈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기차 화재는 휴대폰 배터리 발화사건과는 분명히 다르다.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사고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신뢰회복 노력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대로 전기차가 시장에서 계속 외면받는다면 우리의 미래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사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1000만원대의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신흥국을 넘어 유럽 등 선진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유럽 최대 업체인 폭스바겐은 중국 업체들의 가격공세 여파로 본사가 있는 독일 공장 1곳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는 전후방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속도감 있는 추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cj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