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적응준비 충분히 안돼"
학부모 "학교에선 책 봤으면…"
정부 "공교육을 혁신할 것" 기대
내달말 검정심사 최종결과 발표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AI디지털교과서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실현하는 맞춤형 교육이 공교육을 혁신할 것이라며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AI디지털교과서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AI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교육 현장의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정 심사…졸속 논란 차단 메시지"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11월 29일 AI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8월에 AI디지털교과서 합격 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제작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발표 시점이 연기됐다. AI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1개 출원사로부터 총 146종의 심사본을 접수, 최근 본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본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최종 합격 명단에 포함될 수 없는데, 다수 발행사가 탈락했다. 특히 초등수학은 출원사 11개 가운데 단 2곳만 통과했다.
이에 대해 이형세 한국디지털교육협회장은 "기대를 걸고 큰돈을 투자한 업체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심사기관에서 이의신청을 받지만 얼마나 수용될지는 알 수 없어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과는 별개로 AI디지털교과서의 완성도를 위해 엄격한 심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웬만하면 붙여주겠지'라며 느슨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일각에선 지금도 AI디지털교과서가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시선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부실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고 완성도를 높여야 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완제품 안 나온 AI교과서
실제로 AI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현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불과 6개월 후인 내년 3월이면 AI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데, 아직도 완제품이 나오지 않는 등 충분한 준비가 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AI디지털교과서가 도입돼도 효과적으로 기기를 관리할 수 없을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원 15만명에 대한 연수를 진행한다고 했지만 교사 연수에서도 아직 완제품을 시연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시연 담당자조차 완제품을 모르다 보니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해 교원들은 감을 잡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7년차 박모 교사(34)는 "서울 학교에서 사용하는 '디벗'도 어떤 애는 안 가져오고, 어떤 애는 망가뜨려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이미 회의감이 큰 디지털 정책을 교과서 전반에 확산하는 게 맞나 싶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일선 교사와 유사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30.7%에 불과했다.
학부모 사이에선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AI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과서를 디지털화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내년이면 고교에 입학하는 만 15세 자녀를 둔 유모씨(43)는 "평소에도 아이가 스마트폰이랑 태블릿을 많이 써서 학교에서만이라도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람인데 정부가 나서서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하니 반갑지는 않다"며 "디지털 교육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교사와 소통하는 게 아이의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창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