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제기 가능성
영풍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영풍의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영풍정밀의 영풍 고소, 영풍의 고려아연 고소
고려아연·영풍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영풍이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양측의 1차 법적 공방은 표면적으론 일단락됐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영풍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이 2건 추가로 법원에 접수된 점, 영풍정밀의 영풍 고소 건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법적 다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기 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지만, 영풍 입장에선 대응 수단이 아직 있다.
통상 가처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우리 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법원은 다시 심리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의신청 기간은 법률상 제한이 없다. 가처분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취소·변경을 구할 이익이 있는 한 언제든지 가능하다.
다만 이의신청이 영풍 측에 실익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법조계에선 오히려 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감원 출신 변호사는 “공개매수가 오는 4일 종료되고, 법원의 1차적 판단이 이뤄진 시점에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의 실익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영풍 관계자도 “아직까진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에 대한 불복 여부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양측의 또 다른 법적 쟁점은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온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것이다.
기존 가처분 신청과는 별개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련 절차 진행을 중지시켜달라는 취지다.
영풍은 공개매수 종료 후 고려아연 주가가 이전 시세인 주당 55만원대로 되돌아갔을 때 고려아연이 현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다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 위반,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가처분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주당 80만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이 주식가치는 최소 4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의미다.
영풍은 이와 별도로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는 재무제표 작성의 근거가 되는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를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뜻이다. 우리 상법은 제466조에서 회계장부열람권을 명시하고 있어, 고려아연 측에선 영풍의 신청이 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공교롭게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온 날 첫 심문이 진행됐다.
영풍이 제시한 명분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 LLC)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이다.
고려아연은 2019년 설립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6040여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펀드 중 하나바1호에 출자됐는데, 하나바1호는 SM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 매수, 시세 조종에 연루됐다고 영풍 측은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법인 페달포인트 홀딩스(Pedalpoint Holdings, LLC)를 통해 2021년 12월말 기준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 홀딩스를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서 총 5800억원을 들여서 인수한 것도 영풍은 문제 삼고 있다. 회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검찰에게 ‘공’이 넘어간 사건도 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영풍도 같은 달 24일 최 회장과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을 맞고소하면서 대응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