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하마스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ICJ 집단학살 혐의 이스라엘 재판 시작
-이스라엘, 헤즈볼라 지도부 타격...레바논에 멈춤 없는 지상작전 감행
-미국의 대이스라엘 레버리지 약화, 네타냐후 정권 안보 유지 셈법 관측
-진짜 이유는 하마스·헤즈볼라·이란 등 상대의 군사력, 보복 능력 부재 판단
-北 상대 한국에 통찰·시사점 던져줘...‘국방력’ 강화와 실천 ‘결기' 유지 이유
-국군의 날 공개된 '현무-5' 진짜 호랑이로서 면모 각인...‘능력’과 ‘의지’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가자지구에서 1년이나 지속된 전쟁에서 반인도적 무차별 공격을 서슴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지 오래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1월 11일 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참혹한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지만 이제는 공격받았던 이스라엘이 비난의 중심에 있는 작금의 현실은 아이러니다. 이러한 비난에도 이스라엘은 확전 가능성이 있는 군사공격과 무차별적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부 비난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이다. 지난 9월 17∼18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무선호출기·무선기 등 통신수단 폭발 공격을 통해 30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어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거점을 폭격해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하는 등 헤즈볼라 지도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에 확전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이스라엘이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0월 1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지역에 대한 지상작전을 감행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스라엘은 “제한적, 국지적” 작전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러시아가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작전”이라 명명하며 자신의 행동에 명분을 높이려는 위장술과 크게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쟁 개시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외부의 반발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면서까지 무차별적, 반인도적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이스라엘이 제어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냉전기와 탈냉전기에 굳건하게 보여주었던 패권 안정 기제가 미국의 파워 약화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레버리지 약화라는 나비효과까지 불러오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 내부적 요인도 있다. 네타냐후는 극우파 지지 없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기에 외부위협을 부각시켜 전력을 다해 싸우는 방식으로 정권 안보를 지키려는 셈법도 이스라엘 군사제어 불가능의 이유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상대방의 군사력이 별볼일 없다는 판단이 이스라엘이 군사제어를 멈추지 않는 근본적 기제다. 이스라엘은 상대방이 자국을 향해 매서운 보복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으로 가득하다. 이스라엘은 공세적인 군사 공격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를 사살하는 등 상대방으로서는 묵과하기 힘든 수준으로 레드라인을 넘는 행태를 보였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측은 변변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자국의 영토 내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피살되었음에도 말로만 보복을 운운했지 실제로는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은 부재했었다.
결국 이란이 나스랄라 사망을 계기로 미사일 180발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대부분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에 요격되는 등 사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소위 “저항의 축”은 사실상 저항할 변변한 군사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것이 본질이다. 즉 중동 세력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억제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군사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섭지 않으니 이스라엘은 자신이 원하는 마구잡이식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군사력 강화에 올인하는 사이 이를 상대할 중동 세력은 그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도 이스라엘에 대응할 국방력을 변변히 갖추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중동 전장 확장을 막기 어려운 본질적 기제다. 이러한 통찰은 국지도발, 전면전 도발, 핵도발 등 복합위협을 투사하는 북한을 상대로 해야 하는 한국에도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북한의 작은 도발에도 한국이 매섭게 대처하지 못하면 북한은 한국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작은 도발을 큰 도발로 전격 고도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국방력은 당장 전쟁을 개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국방력은 전쟁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끊임 없는 ‘국방력’ 강화와 필요할 때 그 국방력을 매섭게 사용하겠다는 ‘결기’를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현무-5는 한국이 ‘진짜 호랑이’로서 그 면모를 각인시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만 진짜 호랑이 위상을 지속 유지하려면 ‘능력’ 강화와 ‘의지’ 현시를 한순간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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