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 통해, 아시아판 나토 및 미국과 핵 공동 운용 주장하는 이시바 총리 견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설 장면. 시 주석은 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에게 추전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대만 문제, 집단안보 문제 등에 대해서는 견제의 입장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에게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중일 간 약속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이시바 총리에게 보낸 축하 전문에서
"일본이 중국과 마주 보고 가면서 중일 '4대 정치 문건'의 원칙과 공동 인식을 준수하고,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해 신시대 요구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거론한 4대 정치문건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 문제를 내정으로 규정한 중국 측 입장을 존중하고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개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 속에서 안보 문제를 중시해 온 이시바 총리의 안보 중시 행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방위상 등을 엮임하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 온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에도 중국 억제를 위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즉 집단안보기구 창설 검토를 주장해 왔다. 그는 이와 함께, 아시아판 나토의 틀 안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자는 입장도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 9월 27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기고문에서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 틀 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4대 정치 문건은 1972년 수교 당시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가리킨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국과 일본은 한줄기 물길을 사이에 둔 이웃 국가로 양국이 평화 공존과 세대를 이은 우호, 호혜 협력, 공동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은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서방 진영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설 때마다 4대 정치문건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일본에 대응해 왔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지난 9월 27일 그의 '아시아판 나토' 창설 주장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중일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자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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