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정권재창출 실패
박근혜 정부 탄핵 등으로 몰락
위기 초래한 내부 분열 경계를
노동일 주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끊임없이 불화했다. 정동영, 김근태 당의장과의 관계는 상징적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가 확정된 상황임에도 정동영 후보는 완주를 선택했다. "국민 경선을 지켜준 정동영 고문 등이 있다"는 노 전 대통령 말에서 보듯 두 사람은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연정,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 집권당 내 파열음이 커졌다. 급기야 "노 대통령의 행동은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공포정치의 변종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이 맞나?"라는 비난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1997년 "노무현은 우리 시대의 희망"이라고 한 김근태 전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은 "그와 카운터파트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며 화답했다. "대통령 되기 위해 당을 깨는 구태정치"라는 비난에 "딱지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식 분열정치"라는 거친 말이 오간 2007년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 탈당 등 여권 분열은 정권재창출 실패로 이어졌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표 이상으로 패했다. '폐족 선언'과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일찍이 뿌려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담한 말로 역시 여권 분열이 초래했다.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시절 사무총장 김무성, 비서실장 유승민은 '원조 친박'이었다. '친박 좌장' 김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수정론을 주장하며 틈이 벌어졌다. 2012년 대선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고, 2014년 당 대표가 되었음에도 두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혀 쫓겨날 때도 김무성 대표는 무력했다. 2016년 12월 김무성, 유승민 등 29명의 새누리당 탈당으로 집권 여당의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탄핵, 구속 등 박 전 대통령의 수난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보수우파 몰락으로 이어졌다. "요구를 했음에도 여당의 당대표가 됐는데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번도 못했다" "최순실 사태가 났을 때 저희 같은 사람을 만나 대화했다면 그런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4월 김 전 대표가 한 말이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지 6개월여가 지났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상대해도 벅찬 거대 야당은 상수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특검법과 탄핵안을 밀어붙이며 탄핵을 빌드업 중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자중지란에 빠져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대통령실과 당은 연일 신경전을 벌인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아무런 답이 없이 밥만 먹고 끝난 만찬 후유증은 여전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참석 행사에 불참하고,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뺀 원내대표단 초청만찬으로 서로 패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과 당대표의 기싸움에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더해져 사태는 더욱 풀기 어려워 보인다. 좌파매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발언은 어안이 벙벙하다.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아군과의 싸움에 더 치열하게 임하는 여권 내부 투쟁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야당의 계속된 공세에 언제 어디서 둑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고작 8표로 버티고 있는 대통령 거부권의 벽은 위태위태하다. 일촉즉발, 백척간두의 칼날 위에 서 있다. 위기의식이 없는 건지 상황반전의 묘수가 있는 건지 여권의 한가한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권재창출 실패도, 탄핵도 그들만의 리그에 속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칠 일이다. 여권은 멀지도 않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기억이 생생하지 않다면 노무현, 박근혜 정권의 실패 사례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라도 하길 권한다. 오늘은 개천절, 개인의 감정싸움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기 좋은 날 아닌가.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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