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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K밸류업'이 성공하려면

[테헤란로] 'K밸류업'이 성공하려면
강구귀 증권부 차장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1~2023년 평균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은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이 15.3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 24.6배보다는 낮지만 호주 6.9배, 일본 9.5배, 남아시아 10.8배, 인도 12.0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EV/EBITDA 배수가 높다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해당 기업이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비상장 중심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이 고평가됐다면, 그만큼 한국 상장 시장은 저평가됐다는 것으로 읽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정식 산출일인 9월 30일 2.8% 내린 992.13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2.13%)와 코스피200 지수(-2.59%), 코스닥 지수(-1.37%)보다 낙폭이 컸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밸류업 대장주로 꼽힌 종목이 탈락, 논란을 빚은 것은 물론 100개 종목을 편입해 지수 자체로는 기존 국내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 속에 나온 결과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까보니 기관투자자의 냉담은 더했다. 500대 기업 상장사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0개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46개다. 국민연금은 이 중 27개 종목의 투자 비중을 줄였고, 3개 종목은 유지했다. 투자 비중을 늘린 건 16개 종목에 불과했다.

K밸류업의 태생부터 벤치마킹을 한 일본과 차이가 있다. 한국거래소의 현재 수장은 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반면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노무라증권 투자은행(IB) 부문 사장 출신으로 오사카거래소·TSE CEO를 지낸 민간 전문가다. IB 경력만 15년에 달해 시장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 당시 일본 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면서 일본 증시 밸류업을 주도한 바 있다. 시장을 잘 아는 인물이 성공적인 밸류업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K밸류업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시작됐지만 외국인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로 대표되는 동학개미들도 외면하고 있다. 지수에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이 빠지고, 밸류업 공시와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이 대거 편입되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이 아닌 다시 '시장'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gg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