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물가 상승 등 고려해 예산 증액 요구…기재부는 거부
[파이낸셜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월 14일 강원 원주 육군 제36보병사단을 방문해 군 장병들과 급식을 먹으며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 (특정 사실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가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학생 급식비보다도 낮으며 선진국 병사 급식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3일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장병 급식만족도 향상을 위해 내년도 병사 1인당 하루 급식단가를 올해 1만3000원(한 끼 4333원)에서→내년 1만5000원(한 끼 5000원)으로 올려,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년도 1인당 한 끼에 병사 급식단가 4333원은 서울시 고등학교 무상급식 식재료비 6877원의 63.0% 수준이다. 결국 미국 병사들의 한 끼 급식 단가 5126원, 영국 3311원~5395원(주둔지 물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추정)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2022년 7월 대비 올해 3월 식료품 물가가 상승(농·축·수산물 10.8%, 가공식품 8.0%)해 현 수준의 급식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내년 군인 기본급식 사업을 올해 예산보다 2862억원 늘어난 2조177억원으로 산출했다.
앞서 국방부가 지난 2021~2022년 대한영양사협회에 '군 급식비 적정 수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하루 1인당 1만5473원이 적정 급식비로 산출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급식비 동결로 급식만족도 향상을 위한 장병 선호품목 확대와 뷔페식 등 민간위탁 급식의 추진이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도 장병 선호품목은 자율배식이 아닌 정량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지만 병사들이 선호하는 장어와 소고기 등 선호품목과 닭다리 등 품목을 조달할 경우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군 급식은 또 농·수·축산민 보호를 위해 국내산 구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급식비 단가가 계속 동결될 경우 국내산 식자재 조달도 곤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갈비, 삼겹살의 경우 수입산은 국내산 가격의 60% 수준이다.
기재부가 국방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병 봉급 인상과 장병 비(非)선호 식단 편성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증가 등으로 알려졌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2018년 103억원에서 5년 만인 2023년 195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9.8만t에서 11.3만t으로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평균 처리 단가가 64% 오른 게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또 병 봉급 인상으로 인해 병사의 외식기회가 확대된 상황에서 특식 제공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지역상생 장병특식(1인당 1만3000원)을 기존 연 14회에서 4회로 줄이도록 했다.
간혹 SNS상에서 공개되는 장병들의 평소보다 푸짐한 식단은 지역상생 장병특식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설날과 추석, 국군의 날 등 연 3회 제공되는 3000원 상당의 경축일 간식도 지역상생 장병특식의 시행을 이유로 폐지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외식비와 식자재비 상승으로 외식, 시장 보기가 어렵다는 국민적 상황을 외면한 군 급식비 동결은 수용 불가"하다며 군복을 입은 장병의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하고, 2021년 급식 파동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6월 24일 군 부대에서 촬영된 자료사진. 사진=국회사진취재단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