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신문을 진행한 경우, 해당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학교수인 A씨는 2014년 2월~2016년 2월 허위로 조교인사제청서를 제출해 장학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조교 등록을 하고,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면 이를 수차례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대학교를 기망해 장학금 명목의 금원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증언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심에서 조교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는데, 당시 B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검사의 주신문,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방법(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증인에 대해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 등은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씨의 증언 등 증거들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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