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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녹색채권 토큰화가 답"

복잡한 절차 자동화 등 효과적
중소·중견기업 자금조달 기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녹색채권을 토큰증권(ST)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녹색채권의 복잡한 발행 절차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을 통해 간소화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친환경 자금조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토큰증권을 통한 녹색채권 발행 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녹색채권 발행 잔액은 25조6000억원으로 전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의 10.4% 수준이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대 2600조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다. 일반채권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환경목표와 친환경 프로젝트의 적합성, 조달자금의 배분 및 환경영향에 대한 외부평가 등 발행 및 사후관리 절차가 복잡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행시장이 형성돼 있다.

한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큰증권 도입을 제안했다. 토큰증권을 통해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 및 해외 투자자 등의 접근성이 높아져 중소·중견기업이 친환경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또 스마트 계약 기능으로 녹색채권의 발행 및 사후보고 절차를 자동화해 관련 행정비용과 시간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연계할 경우 녹색채권 자금 사용처의 환경정보를 실시간 입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경우 블록체인에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돼 발행자의 정보수집 부담을 경감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낮은 비용으로 각종 환경정보를 기초로 한 녹색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토큰형 녹색채권을 활용한 해외 사례는 홍콩이 꼽힌다. 홍콩정부는 홍콩통화청(HKMA)과 협업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68억홍콩달러(약 1조1600억원) 상당의 녹색국채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정부가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이 입법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대부분의 증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다만, 투자계약 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목적인 만큼 주식·채권 등 정형적 증권을 토큰화해 기존 전자증권과 차별되는 효과를 얻기에는 제약이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