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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한 법원

금융범죄 21% 양형기준 안 지켜
폭력범죄 미준수율은 0.8% 그쳐

법원의 판결이 기업인, 공직자, 변호사, 정치인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직군과 관련된 범죄에서 유독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받은 '2016~2022년 양형기준 준수 현황'에 따르면 같은 기간 총 44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미준수율은 7.8~10.1%였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판결할 때, 즉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

화이트칼라 범죄와 비(非) 화이트칼라 범죄 간의 양형기준 미준수율 차이는 컸다. 2022년 양형기준 미준수율은 △증권·금융범죄 21.1% △배임수증재 범죄 15.6%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 15.5% △공문서 범죄 15.7% △변호사법 위반 범죄 13.6% △뇌물 범죄 13.5% △사기 범죄 12.4% △선거 범죄 10.2% 등 순이었다. 이들 범죄는 모두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한다.

반면 그해 대표적인 비(非) 화이트칼라 범죄인 폭력 범죄의 양형기준 미준수율은 0.8%에 불과했다. △도주·범죄은닉 범죄 1.1% △손괴 범죄 2.2% △교통 범죄 2.5% △공갈 범죄 2.8% △사문서 범죄 2.9% 등으로 집계됐다.

화이트칼라 범죄 유형의 양형기준 미준수율이 높은 것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6년에는 △증권·금융 범죄 30.8% △배임수증재 범죄 21.7% △뇌물 범죄 26.8% 등 화이트칼라 범죄 유형의 미준수율이 전체 범죄 유형의 평균인 9.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변호사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 미준수율은 절반에 가까운 40.5%에 달했다.

서 의원은 "판사들이 특정 범죄 유형에만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면 자칫 '무전유죄 유전무죄' 관행처럼 비칠 수 있다"며 "범죄별로 양형기준 형평성을 맞추지 않고선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