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통상정책 비교
해리스 '프렌드 쇼어링'
동맹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구축
바이든 정부 ‘반도체법·IRA’ 계승
제조업 살리기에 1천억달러 투자
中견제 카드로 핵심물자 수출통제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자국생산 위주 공급망 재편 무게
일괄 10% 보편관세 무역적자 해소
IRA 축소·폐지 내연차 확대 정책
對中 압박 수위 높여 신냉전 가속
국내 세금 및 주택공급 등에서 큰 이견을 보이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통상 공약은 공통점이 많다. 두 후보 모두 '미국 우선주의'라는 보호주의적 기조를 통상정책의 큰 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실현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해리스는 다자 간 협력을 통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무역환경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보호무역 정책 강화와 무역불균형 재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리스 '프렌드 쇼어링' vs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해리스의 통상 공약은 동맹·우방국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으로 요약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동맹국을 통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글로벌 이슈들이 계속되자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해 중요한 자원의 공급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서도 해리스는 자국민 보호에 대한 큰 그림은 유지한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산 원자재를 사용해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인을 채용하라는 보호무역 정책의 일환이다.
여기에 해리스는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해리스는 지난달 2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가진 경제정책 연설에서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지원대상 전략산업에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항공우주 등은 물론이고 철강과 자동차도 포함시켰다. 특히 해리스 후보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미국 노동자들이 미국산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노선을 분명히 했다.
반면 트럼프는 통상정책에서 해리스보다 더 노골적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한다. 대표적 수단으로 관세를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경우 현재 3%가량인 관세율을 10%로 올려 모든 수입물품에 물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만성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낮은 관세에 있다고 주장하며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명 '트럼프 상호무역법'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강한 관세'와 함께 미국의 주요 산업과 노동자를 부당한 해외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가 들고 나선 또 다른 수단은 법인세 인하다. 그가 지난달 24일 조지아주 서배나 유세에서 공약한 '신산업주의'는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15%로 낮추고 환경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미국에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올려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공약에 긴장하는 세계 각국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대선 이후 미국의 국제무역 정책과 글로벌 경제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더 직접적인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당선 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이 받는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련 규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내연기관차 중심의 정책을 전개해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값싼 수입산을 지목하며 "바이든 정부의 1조달러 가까운 적자의 큰 원인은 유럽, 일본,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온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정책의 일환으로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대폭 확대할 방침을 전하면서 전 세계의 수출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에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이 다른 통상공약을 내놓고 있는 두 후보가 교집합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대중국 정책이다. 다만 트럼프가 중국에 60% 이상 관세율을 적용하고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등 디커플링(decoupling·특정국을 공급망과 무역 등에서 전면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해리스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지만 핵심기술 물자에 대해선 수출통제 등을 통해 미국의 우위를 유지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반도체 등 핵심산업에 국한한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