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전국부 부장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악성민원 방지'라는 명분으로 지난 7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서다. 개정안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기관 자체적으로 종결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면서 정보공개청구를 제한하도록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민원을 차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개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즉 부당하거나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기관 자체적으로 종결처리, 즉 공개 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청구인의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과 판단으로 어떤 사안이 부당한지 또는 과도한 청구인지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 행정편의적 혹은 정치적 판단으로 정보공개청구 자체를 접수하지 않을 위험성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알권리 자체가 제한될 수 있어 시민의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결처분이 남발될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 구제수단이 마땅히 없어 국민의 알권리는 더욱 위축되거나 침해될 소지가 크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번 개정안에서 공무원의 임의적 판단이 적용되지 않도록 부당·과도한 요구에 대한 판단과 종결처리 결정은 각 기관에 설치된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을 통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량의 청구가 접수될 경우 건별로 심의회를 개최하는 데 따른 일정 조율, 회의 자료 작성, 회의 진행 등에 막대한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 종결처분을 받은 청구인들이 권리구제를 위해 각종 민원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악성민원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민원을 양산하는 모순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정보공개제도는 헌법으로 보장하는 알권리를 실현시키는 제도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공개 여부는 목적의 정당성 또는 필요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알권리는 정보공개법 제정 이전부터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통해 헌법상 권리로 인정받아 왔다. 정보공개청구는 1998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 의무 근거를 정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산 감시, 부정부패 예방, 소비자 주권운동, 사회적 재난, 기후위기, 인권침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공개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정부의 정보공개청구 전부공개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74%에 그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접수한 정보공개청구 184만2000여건 가운데 청구인 스스로 취하하거나 민원으로 처리된 경우 등을 제외한 실제 정보공개청구는 107만8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부공개된 비율은 74%(79만9366건)로, 도입 이래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해 중앙기관의 전부공개율은 64%로, 지방자치단체(80%)보다 16%p가 낮았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부공개율이 가장 낮은 중앙기관은 국가안보실로, 13건의 청구 가운데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아 0%로 집계됐다.
지금도 정보공개 비율이 낮은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투명한 행정과 정보은폐 기조를 제도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혹만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민적 공유자산이다. 더욱 근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보공개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 문화 정착, 사전적·자발적 정보공개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ktitk@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