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99%가 스마트폰 써
40% 이상이 과의존 위험
숏폼 중독에 정부는 방관
정상균 논설위원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 밖의 세상이 두렵다. 숨 막히는 경쟁과 비교, 학원 뺑뺑이로 마음껏 놀지 못한다. 스마트폰 안에선 SNS로 친구와 비밀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 동영상도 무한정 볼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신경과학자 페이 베게티는 "스트레스가 과식을 촉발하는 것처럼 높은 스트레스 상황은 스마트폰 사용량을 증가시킨다('스마트폰 끄기의 기술')"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불확실성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우리 뇌는 주의력이 떨어지는 정신적 피로 상태,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에 빠진다. 뇌는 스마트폰과 연결되지 않은 활동을 덮어쓰기 하듯 제거해 버려 의존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2024년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수는 총 525만명. 이들의 99%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방송통신위원회 2023년 조사, 10대 스마트폰 이용률 99.6%).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했던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의 역습에 무방비 상태다. 우리 청소년 40%, 200만명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위험에 놓여 있다. 6~9세 아동은 30%, 3~9세 영유아는 25%가 과의존 위험군일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한국정보화진흥원).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스냅챗과 같이 짧은 길이의 SNS 숏폼에 빠진 아이들은 뇌 속까지 '소비 당한다'. 음란물이나 마약, 자살 등과 같은 극단 자극적 콘텐츠를 클릭하면 SNS 알고리즘은 이를 지속적·증폭적으로 공급한다. 이렇게 우울과 자해, 도박과 딥페이크까지 아이들이 속수무책 희생양이 된다. 학교 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학생은 536명(8월 기준)으로 2년 전의 10배, 가해학생은 260명으로 5배 급증했다(교육부). 같은 기간 도박으로 입건된 청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은 3년 전보다 5배 늘었다(경찰청). 초중고 학생 214명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중학생 1만명 중 465명꼴로 자살을 시도했다(국회 입법조사처).
서구 사회는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해했다는 이유로 메타, 틱톡, 유튜브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나아가 청소년의 스마트폰·SNS 사용 자체를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법으로 금지한다. 뉴욕주는 18세 미만에 중독성 콘텐츠·맞춤형 광고 제공 금지 등의 청소년 인터넷중독 퇴치법을 시행한다.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는 올봄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와 호주는 청소년의 스마트폰·SNS 사용 제한과 최소연령 규제 법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16세 미만에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자유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청소년을 SNS 중독에서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가정과 학교마다 스마트폰과 전쟁 중인 우린 어떤가. 'SNS를 소비하는 당신들 책임 아닌가.' 배 째라는 투로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의무를 전가한다. 정부는 사실상 방관한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도 학교 재량에 맡기는데, 꼴이 우습다. 학생은 '인권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인권위는 '자유침해'라며 사용 제한을 완화하라고 권고한다. 학교는 '실정도 모르는 탁상머리 헛소리'라며 교권보장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는다. 엉망진창 제각각이다.
국가는 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더 중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전면금지와 청소년 SNS 제한을 법제화하는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해외 빅테크를 상대로 강력한 청소년 보호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국회가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제한(조정훈 의원),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윤건영) 등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법 제개정과 보호대책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호주와 영국은 총리가, 미국은 주지사와 의회가 SNS 사용 제한 입법과 정책을 지지하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SNS 중독 위험국가인 우린 왜 이토록 침묵하고 있는가.
정상균 논설위원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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