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석우 특파원】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8일 정부 예산 조기 집행 및 추가 투입 계획 발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소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5% 내외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 진 상황에서 바로 직접적으로 경기 상승 및 생산 효과가 두드러지는 재정 집행 및 투자를 확대하고 속도를 내겠다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집어 든 것이다.
8일 발개위의 정산제 주임은 내년에 특별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규모와 시기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뜻도 담았다. 그동안 중단됐거나 지지부진했던 각종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 부문, 지방정부 사업 및 운영 등에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 효과를 배가시키고, 소비 심리를 견인하겠다는 의지와 절박성이 깔려 있다. 앞서 주요 외신은 이번 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최대 10조위안(약1900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주임은 "불충분한 국내 유효 수요 진작과 내수 확대 정책을 국민들의 생활에 연결시켜 소비 촉진에 더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소외·빈곤계층 지원 확대, 산업설비 및 소비재의 대규모 교체, 노인 요양 및 보육 등 사회보장 강화, 디지털·녹색 소비 확산 등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발표하고 시행한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 등의 통화 정책은 정책 효과를 보는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현재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정책이란 카드를 통해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가시 효과를 겨냥했다. 실물 경제 부문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자는 즉각적인 경기 상승과 생산 확대 효과를 통해 4·4 분기 중국 경제가 직면한 소비 위축과 경기 부진 국면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 대표는 "중단됐던 지방의 도로, 교량, 항만 등 각종 건설프로젝트,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 구입 등 부동산 분야의 건전화 조치 등에도 재정 투입이 활발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업종간 불균형으로 전반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효과가 나타나는 기존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발표는 "증량 정책의 효과적 이행과 추가 도입에 나서야 한다"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요구에 대해 경제 당국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다. 시 주석은 국경절 연휴 직전인 지난 9월 26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경제 운영에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증량 정책이란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의미한다.
황광명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수석대표는 "살아나지 않는 소비와 경기 위축 속에서 향후 재정 정책 수단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재정적자 확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프로젝트 확산 등을 우려해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극도로 자제해 왔지만 일단 경기 진작에 우선 순위를 두는 정책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외신들은 이번 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최대 10조 위안(약 1900조원) 규모의 특별채권을 발행하는 등 강도 높은 재정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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