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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보력 빌려 ‘공급망 안정·첨단산업 발전’ [尹 아세안 순방]

싱가포르 정보력 빌려 ‘공급망 안정·첨단산업 발전’ [尹 아세안 순방]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한·싱가포르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김윤호 기자】 싱가포르는 물동량 세계 2위 항만으로 120여개국 600여개 항구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 허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공급망 협력을 양자 간의 공동대응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첨단산업 협력 규모와 수준을 대폭 격상시킨 이유다.

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벌이고 공급망과 첨단산업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이는 내년에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최고단계인 전략전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따른 조치이다.

최초 양자 공급망 파트너십..LNG 카고스왑도

우선 양국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을 맺었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주도로 처음 체결하는 것으로, 기존 원자재부터 첨단제조·바이오·에너지 등 미래산업까지 범위를 넓혀 공급망 위기에 공동대응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공급망 교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서로 공유하고, 본격 교란이 발생되면 닷새 안에 양국 정부부처의 국장급이 나서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싱가포르가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 지니고 있는 광범위한 정보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중개·무역 중심 국가로 공급망 정보력이 크다. 특히 대체 수급자 정보가 많아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SCPA는 기존 다자협정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과 달리 양자약정 형태이다. 싱가포르가 첫 사례로, 향후 다른 무역 국가들과도 양자약정 체결을 늘려간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자 공급망 연대를 확산시켜 국제사회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는 촘촘한 공급망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LNG 공급망 협력도 별도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 LNG 수입국, 싱가포르는 재수출 물량 4위라 상호 이익을 창출할 여지가 커서다.

MOU는 재고 수준에 따라 인수 일정을 늦추거나 당길 수 있는 LNG 카고 스왑이 골자다. 규모와 시기는 따로 정하지 않고 앞으로 당국 간에 필요한 시기와 규모를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양국은 LNG 공동구매에도 나서 가격인하 효과도 노릴 계획이다.

AI 비롯 첨단산업 공동R&D 확대.."함께 우위 점할 것"

첨단산업 협력은 먼저 첨단산업 에너지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다. AI(인공지능)과 미래차, 첨단제조 분야를 중점으로 협력을 확대키 위한 기반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과 싱가포르 주요 기업 및 다국적 기업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도 내년에 2000억원 규모로 늘린다. 싱가포르에는 다국적기업의 R&D센터가 4000여개 위치해있다.

양국이 첨단산업 협력에 나선 배경은 서로 필요한 부분을 지니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토터스인텔리전스 글로벌 AI 지수상 싱가포르는 3위, 우리나라는 6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싱가포르가 부족한 제조역량이 뛰어나고, 싱가포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50여개 진출한 첨단바이오 허브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래 게임체인저로 대표되는 게 AI이기 때문에 AI 강국인 양국이 협력한다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