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점은 방문, 지인은 친구로
거치기간 말고 이자만 내는 기간
"더 쉽고, 직관적으로 풀어 써"
우리은행이 펴낸 '알기쉽게 쏙쏙 은행용어집' 삽화.
[파이낸셜뉴스] 일본식 한자어와 영문 약자로 가득했던 금융회사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주택은 집으로 거치기간은 이자만 내는 기간으로 바꾸는 식이다. 보다 쉽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으로 손님에게 다가가는 동시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꿔나가는 모습이다.
9일 한글날을 맞아 금융업계에 부는 쉬운 금융언어 바람을 살펴봤다.
우리은행이 펴낸 '알기쉽게 쏙쏙 은행용어집'에 따르면 일본식 표현인 '내점하다'보다 '방문하다'라는 표현이 좋다. 우리은행은 '고시'보다는 '안내'를 쓰자고 제안한다. 용어집은 대출신규, 외환 등 은행원의 실무사례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예를 들어 연체상담 시에는 "고객님의 대출은 오늘 이자를 납입하지 않으면 기한이익이 상실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이자를 남입하지 않으면 대출금 상환 의무가 발생됩니다"를 권한다. 기한이익의 상실을 대출금 상환의무의 발생으로 고쳐쓴 것이다. 은행중심 용어는 고객중심 용어로 고쳤다. 취결, 추심은 실행, 지급 요청으로 바꾸고, 당발송금은 해외로 외화송금이라고 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국립국어원과 협약을 맥고 일본식 한자어를 고쳐왔다. 전문 금융용어나 일본식 한자어 등의 단어와 문장을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KB고객 언어가이드'도 수립했다.
예를 들어 '~제공합니다'는 '~받습니다'로 '내점'과 '차기'같은 일본식 한자어는 '방문'과 '다음'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지주사인 KB금융그룹 차원에서 가이드를 새롭게 발간했다.
KB금융은 고객언어가이드에 "카드 이용대금명세서가 발송되었습니다"를 "카드 이용대금명세서가 도착하였습니다"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거치기간' '연금 개시 도래일' '초일불산입'과 같이 어려운 용어도 이자만 내는 기간, 연금받기 시작하는 날, 첫째 날 제외로 쉽게 풀어 쓴다.
인터넷은행들도 쉬운 우리말로 손님에게 다가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소비자들이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을 집주인이라는 직관적인 용어로 바꿨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같은 관점이 일부 시중은행에 퍼지면서 금융서비스 이용 고객들의 편의성을 증가시켰다”면서 “올해 1월 출시한 펀드 투자 서비스에서도 매입이나 환매같은 투자설명서의 어려운 용어를 투자와 출금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상담시 어려운 용어를 순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제, 민법, IT 등 전문 용어 대상으로 상담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담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연체나 기한이익 상실 또는 연체이자상환 관련한 일자를 안내할 때 사용하는 '응당일'을 '해당일'로 바꾸는 식이다. 대출 기간 연장 신청 및 조회 시 갚을 돈의 일부를 먼저 상환하는 의미의 '내입'도 '상환필요' 등으로 순화했다.
토스뱅크도 설립 초기부터 앱 화면에 들어가는 용어는 간결하고 명확하면서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빠르고 쉽게 상품과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장으로 고객의 정보 진입 장벽을 낮췄다.
토스뱅크의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화면을 구성할 때 문장을 추천해주는 '보이스톤 메이커'의 도움을 받는다. 보이스톤 메이커에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문장을 입력하면 원칙에 따라 문장을 추천해준다.
보이스톤 메이커의 특징은 한자어를 교정해 단어를 추천한다는 것이다. 지인은 친구로, '건 별'은 하나씩으로 바꿔 준다. "합산하여 지급합니다"라는 문장은 "합쳐서 받을 수 있어요"의 형태의 문장로 고쳐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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