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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에 지난주 유가 10% 급등...“글로벌 하방 위험 커졌다”

WTI 13.1%·브렌트유 12.8%·두바이유 9.6%↑
이란 석유 인프라 타격 받으면 상방압력 더 커져
유동성 확대 불가피..."배럴당 100달러 가능성도"

중동 사태에 지난주 유가 10% 급등...“글로벌 하방 위험 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하데라에서 방공 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중동 지역의 위기감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의 주간 상승폭이 1년 6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이스라엘이 이란의 유류 시설을 타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을 수도 있어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9월 30일~10월 4일)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대규모 공습 직전인 지난달 10~11일 저점 대비 10% 내외로 급등하며 2023년 3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3.1% 상승했고 인도분 브렌트유와 두바이유가 각각 12.8%, 9.6% 상승했다.

이는 이란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규모 탄모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 연내 확전 우려가 커진 결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 5일 “이스라엘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해당 공격에 대응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재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습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에 이란발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350만 배럴(세계 생산량의 약 3.5%) 수준으로 그 중 절반가량은 수출용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핵심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일일 15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즉각 중단될 소지가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이란 석유 인프라 타격 등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구체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중동 정세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시장 시각이 점증되고 있다”며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제유가 상승압력이 강화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투자은행(IB) 들도 최근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단기 유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의 잠재적 생산 중단으로 인해 2025년까지 정점에 도달할 브렌트유 가격 예측이 배럴당 10~2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인도분 브렌트유의 종가가 80.93달러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특히 신흥국이 유가 충격에 더 취약할 전망이다. 주요 신흥국의 약 3분의 2 이상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바스켓에서 에너지 비중이 10.0%로 선진국(미국 6.9%)을 상회한다. 이에 올해 신흥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4.2% 수준이지만 중동 사태가 심화될 경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글로벌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도 커졌다는 평가다.
중동사태 격화에 따른 해상운임 상승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3일 “중동 사태를 둘러싼 긴장 고조가 관련 불확실성을 높이고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과 동시 전쟁을 불사하는 가운데 이란과의 전면전 우려도 커지면서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며 “최근 중동 사태 악화일로에 따른 여파가 신흥국은 물론 글로벌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