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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산림, 신성장동력 됐다... '지형' 닮은꼴 한국에도 기회로 [목재산업 일군 日 홋카이도]

산림면적 71%… 목재 적극 활용
나무 입힌 건축물에는 보조금
'홋카이도 우드' 자체 브랜드 등
관련 산업이 GRDP 9% 이끌어
日 인공림 중심 목재자급률 40%
'수입산이 80%' 한국과는 대조
산림청, 국산 활성화 대책 발표
고부가가치 이용 촉진 등 속도

잘 키운 산림, 신성장동력 됐다... '지형' 닮은꼴 한국에도 기회로 [목재산업 일군 日 홋카이도]
일본 임야청 홋카이도 임야관리국 직원이 신카이지역 임야청 관리산지에서 벌채한 목재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원준 기자
잘 키운 산림, 신성장동력 됐다... '지형' 닮은꼴 한국에도 기회로 [목재산업 일군 日 홋카이도]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신청사내 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천장과 벽을 꾸민 내장재와 가구·집기 등이 모두 지역에서 생산·가공된 목재들이다. 사진=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홋카이도(일본)=김원준 기자】 지구상에 불어닥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 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국은 저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화석연료 억제, 자원 재활용 등 다양한 탄소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나무를 심고 수확해 가공하는 목재 활용 과정은 대표적인 탄소 저감 활동으로 꼽힌다.

나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실상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나무는 벌목돼 목재로 가공된 뒤에도 탄소를 그대로 저장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이 목재를 탄소 저장 소재로 인정하고 사용을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업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저탄소 사회 실현을 위해 학교나 관공서, 공공건축물에 목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최근에는 고층 빌딩 건축에도 목재를 활용하고 있다. 일찍이 임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목재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온 일본 홋카이도 지역을 찾아 산림자원 실태와 목재 활용 사례 및 정책 등을 살펴봤다.

지난달 초 방문한 일본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시 신청사. 현관에 들어서자 검은색 철골조와 어우러진 포근한 느낌의 나무 내장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1월 준공된 9층 높이의 이 건물은 내외장재로 지역 내에서 생산·가공된 목재를 활용했다. 청사 현관 로비와 민원실, 시장실, 시의회 회의장 등의 내장재는 물론, 이곳에 비치된 의자, 책상, 책꽂이 등 가구·소품들이 모두 지역 목재로 제작됐다.

아사히카와시는 목재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목재 활용 주택 건설 보조금' 제도를 제정, 15㎥ 이상의 지역 목재로 집을 짓는 주민들에게 최대 500만 엔까지 지원하고 있다.

■홋카이도 GRDP 9%는 목재산업

아사히카와시처럼 일본 대표 산림지역인 홋카이도 내 대부분의 일선 시·군들은 목재 이용 활성화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홋카이도는 산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71%인 554만㏊가 산림으로, 일본 전체 산림의 22%가 이곳에 있다. 홋카이도의 산림축적은 2020년 현재 8억㎥를 웃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묘목을 심어 조성한 인공림만 2억7000만㎥에 이른다. 인공림 벌채 비율은 1997년 50%를 넘어 현재는 90%대다.

홋카이도는 이러한 방대한 산림과 풍부한 목재를 지역경제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홋카이도 우드(HOKKAIDO WOOD)' 브랜드를 론칭한 게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는 온라인은 물론 타 지역 및 해외 전시회에서 홋카이도산 목재 홍보에 활용되고 있다. 임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목재제품 판로확대 협의회와 함께 관공서, 상업시설 등을 대상으로 목재 이용 권장 활동도 펼치고 있다.

홋카이도 의회 회의실과 일선 시군 청사, 공항, 우체국 등 관공서 건물이 목재로 지어졌고, 상당수의 상업시설도 내·외부 건축자재로 나무를 활용했다. 여기에 홋카이도는 제재소 지원을 위해 설비투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산림조사와 임도정비에도 나서는 등 건축재의 안정적 공급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홋카이도는 40~60%에 그치던 목재 자급률을 2022년 70%까지 끌어올렸다. 목재산업 비중도 홋카이도 지역내총생산(GRDP)의 9.1%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홋카이도청에서 만난 수산임무부 테라다 임무국장은 "목재산업에 집중하면서 홋카이도에는 세계적 브랜드의 가구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임업과 목재산업은 홋카이도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일본 임목축적량 매년 6천만㎥증가

일본 전체 산림면적은 총 2500만㏊로, 이 가운데 1000만㏊는 인공림이다. 인공림의 60%는 50년을 넘은 것들로, 해마다 임목축적량이 6000만㎥씩 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무심기에 나선 덕이다.

일본의 목재 수요는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한때 주춤했지만,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고정가격구매제도(FIT) 도입으로 목재 기반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이 늘면서 나무연료 원료 수요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국산 목재 공급량이 증가 추이를 보이면서 일본의 목재 자급률은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산림청에 해당하는 일본 임야청은 이용기가 도래한 인공림 위주로 친환경 벌채를 펼쳐 목재 공급을 늘리고 있다. 임야청은 국산 목재 이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목재 공급 목표치를 2025년 4000만㎥, 2030년 4200만㎥로 설정했다.

이오다타 히데이 임야청 홋카이도 임야관리국 가와카와 중부산림관리서장은 "40~50년 된 낙엽송과 활엽수 등을 자연재해의 영향을 덜 받는 방식으로 벌채해 경매에 부치고 있다"며 "경매에는 주로 가구 및 목공·포장재·제지·건축자재 업체들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韓,목재 83%수입… 국산 활용 '시급'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목재정책은 국내 목재산업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산림녹화로 목재자원은 급증했지만 낮은 목재생산 인프라와 수입목재 중심의 산업구조로 목재산업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임목축적은 15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121㎥)을 웃돌고 있지만, 목재 소비시장의 83%를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 국산 소비는 15% 수준에 머문다. 그나마 국산 목재 대부분은 펄프와 보드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제재목 등 고부가가치 목재 개발이 시급하다.


산림청은 지난달 6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탄소중립 달성과 미래 친환경 건축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산 목재 이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산 목재의 고부가가치 이용 촉진과 공공건축물 목조화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토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며 풍부한 산림자원을 확보했다"며 "경제·환경 잠재력이 높은 국산 목재 사용을 활성화해 가치 있고 건강한 숲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