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채지수 내년 11월 편입
관찰대상국 이후 4수만에 성공
美·日 등 25개국 모인 WGBI
韓 비중 2.22%… 단계적 확대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지난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오른 후 네번째 도전 만에 이룬 성과다. 정부는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WGBI 편입에 따라 최소 560억달러(약 75조원)의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정부·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런던거래소 산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채권시장 국가분류 반기 리뷰에서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GBI는 현재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25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선진 채권지수다. 추종자금 규모만 2조5000만~3조달러로 추정돼 세계 최대 채권지수로 불린다. 한국의 편입 비중은 2.22%로, 편입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75조~90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TSE 러셀은 △발행잔액 액면가 기준 500억달러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시장 접근성 등을 따져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정량적 조건은 모두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이라는 주관적 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국채 투자를 비과세하고, 외국인 투자자등록제(IRC)도 30여년 만에 폐지했다. 또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외환시장 거래도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아울러 지난 6월 국채통합계좌도 개통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시장 접근성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체감도 조사를 바탕으로 FTSE 러셀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경험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WGBI 편입 여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FTSE 러셀은 정부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며 "국채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해 WGBI 편입요건인 시장 접근성 수준이 2단계(편입)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편입 배경을 설명했다.
FTSE 러셀은 2025년 11월부터 한국 채권지수 반영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편입 비중을 확대한다. 다만 발행잔액과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고채 50년물은 편입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통령실도 이번 WGBI 편입에 대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원화가 달러, 유로, 엔화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WGBI에 편입된 것은 "국가적 경사"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지속하면서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안정적으로 안착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면서 시장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요인은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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