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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병' 방치땐 조산 위험... "치간·잇몸선 위주 양치를"

임산부 40%가 치은염 겪어

임신은 단순히 배가 불러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대표적으로 손과 발이 붓거나 변비가 발생하며 자궁이 방광을 압박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 외에도 임신 중에는 여러 건강 문제가 나타나는데 그중 많은 임산부가 겪는 것이 '잇몸병'이다.

박용덕 대한구강보건협회 회장은 "임신 중에는 치과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일반 상식처럼 알려져 있는데, 임신 중에 생긴 잇몸병을 방치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잇몸병이 생기면 의사와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10일 조언했다.

잇몸병은 잇몸과 잇몸뼈에 세균이 쌓여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치아 표면에 형성되는 '치태'와 '치석'이다. 이들을 적절히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병이 진행된다. 잇몸병 초기에는 양치 시 잇몸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잇몸이 붓고 붉게 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잇몸이 쉽게 붓고 민감해져 양치시 출혈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임신으로 인해 기초 체온이 상승하면 입안 세균 번식이 활발해져 잇몸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여성건강간호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 총 129명 중 40.3%가 치은염을, 37.2%가 치주염을 겪었다.

많은 임산부가 잇몸 출혈과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이를 임신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잇몸병을 방치하면 조산이나 임신중독증과 같은 심각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잇몸병이 있을 경우 입속 세균이 혈관을 타고 태반에 도달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태반 수축을 촉진해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증가한다.

태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잇몸병은 양치질만 잘해도 예방할 수 있다. 꼼꼼한 구강관리가 태아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잇몸병을 유발하는 치태는 주로 치간과 잇몸선에 남아 있다.
따라서 이 두 곳을 중심으로 양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구강보건협회는 치간과 잇몸선을 효과적으로 닦는 양치법으로 '표준잇몸양치법(변형 바스법)'을 알리고 있다. 표준잇몸양치법은 칫솔을 연필 쥐듯 가볍게 잡아 칫솔모를 잇몸선에 45도 각도로 밀착해 제자리에서 5~10회 미세한 진동을 준 뒤 손목을 사용해 칫솔모를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회전시켜 쓸어내듯 양치하는 방법을 말한다.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