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혼란이 지속되는 지난 9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의대 증원을 놓고 8개월째 갈등해온 의료계와 정부가 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갔다. 양측 모두 '의료개혁'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좁히지 못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의사가 처음으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지만 의·정 갈등 근본 원인인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에 이어 신규 전공의 규모도 크게 줄면서 의료공백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선발 인원은 73명(인턴 15명·레지던트 58명)이었다. 합격률은 58.4%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원자 수 자체가 크게 줄면서 하반기 73명을 수혈한다고 해도 현 의료공백 상황에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125명 가운데 42%인 52명가량이 '빅5'에 지원했지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최종 하반기 모집 합격자는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원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데 이어, 하반기 추가 모집 규모도 쪼그라들면서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전공의 1만3531명 중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1만1732명에 달한다. 사직률은 86.7%였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의료계와의 관계 개선을 고려해 6월4일부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다. 사직률을 연차별로 보면 통상 전공의 1년차인 인턴은 96.4%, 레지던트 1년차는 85.3%, 레지던트 2년차는 87.8%, 레지던트 3년차는 82.3%, 레지던트 4년차는 78%다.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사직률은 83.4%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의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국 411개 응급실 중 4곳이 문을 닫았거나 일부 시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후 처음으로 공개 토론회가 열렸지만, 의·정 화해나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서울의대 비대위가 전체 의료계를 대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없다면 여·야·의·정 협의체나 정부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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