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 서안의 나블루스에서 1일(현지시간) 방공망인 아이언돔이 이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신화 연합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위협에 노출된 이란이 전방위 외교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역량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아랍 국가들에는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강력한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란 석유 시설이나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이 지지세 규합에 나섰다.
도와줘 러시아
마수드 페제시키안(왼쪽) 이란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타스 연합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신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기 위한 대공망 등 무기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이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한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직면해 있다.
분석가들은 이란이 러시아에 S-400 지대공 미사일, 전자전 시스템, 전투기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2016년 8억달러를 주고 S-400 이전 모델인 S-300 6개 포대를 러시아에서 수입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이달 후반 러시아 타타르 공화국 수도인 카잔에서 열릴 예정인 정상회의에서는 상호 방위협력에도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페제시키안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지난 7월 취임한 개혁파 대통령 페제시키안은 11일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두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같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도 러시아와 이란은 국제 사회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란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에 필요한 무기들을 지원하고 있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기, 드론 등을 러시아에 제공했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이란에 핵기술을 비롯해 핵심 군사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드론 수출을 계약한 것은 맞지만 탄도 미사일 등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되도록 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란이 러시아에 지대공 미사일 S-400 시스템을 수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그럴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강화되고 있어 러시아는 자체 방어에도 버거울 것이란 분석이다.
걸프 국가들에 “중립 지켜라” 요구
아바스 아라크치(왼쪽) 이란 외교장관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랍 걸프 국가들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에 끼어들지 말고 ‘중립’을 지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란이 1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탄도 미사일 일부는 이스라엘 인접 걸프 국가들이 요격한 바 있다.
이들 국가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란 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영공 통과를 허가할지 모른다고 이란은 우려하고 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아랍 국가들의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이럴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와 UAE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하면 이스라엘과 더불어 자국 역시 이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격하면 그 보복으로 이란이 사우디나 UAE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자국 석유 설비를 공격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현재 이란과 아랍 걸프 국가들은 역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교 채널을 계속 열어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9일 리야드에서 이란 외교장관 아바스 아라크치를 만나 ‘최근 지역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란 외교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라크치는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뒤 곧바로 이란과 친분이 두터운 카타르를 찾았다. 카타르는 중동 내 최대 미군 기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이란은 지난주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걸프협력기구(GCC) 6개국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이들 국가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협박한 적이 없다면서도 메시지는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휴전을 위해 걸프 국가들이 나서도록 설득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때에는 공격이 가능하도록 길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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