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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헌법 개정 진위가 정말 중요할까?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지침 반영, 최고인민회의 헌법 개정 주목 받아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에 언급 없어 의문...‘미개정론’과 ‘미공개론’ 대두 양상
-북한서 神급 수령 김정은 지난 1월 교시 ‘적대적 두 국가론’ 행동화 단계 진입
-北 남북 연결 완전 단절·차단 행보 가속화 중...핵심 파악, 대응 방책 마련에 집중해야
-北엉성한 정책에 국제사회 동요 없도록 ‘8·15 통일 독트린’ 부각, 외교무대서 지지 제고해야

[파이낸셜뉴스]
北 헌법 개정 진위가 정말 중요할까?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2024년 10월 7일 북한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날은 최고인민회의가 사회주의 헌법을 2023년 9월 10번째 개정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11차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11차 개정이 주목된 것은 김정은의 새로운 지침이 헌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후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 새롭게 설정한 남북관계 규정을 반영토록 헌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김정은의 지시는 크게 4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민족,’ ‘통일’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는 것으로 이는 김씨일가 정권의 과업이자 위업인 ‘조국통일’ 정책을 폐기한다는 의미였다. 둘째,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적시함으로써 인민의 대적관을 확고히 하라는 주문이었다. 셋째, “전쟁시 점령·평정·수복”한다는 목표를 어떠한 형태로든 헌법에 담아내는 것도 주목을 받는 사항이었다. 넷째, 해상국경선 등 영토 조항 신설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고히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에는 상기 그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경공업법·대외경제법 심의 채택, 품질감독범 집행검열 감독, 인사 등의 부수적인 내용만 언급되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헌법 개정에 초유의 주목하던 상황이었기에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미개정론’과 ‘미공개론’이 첨예하게 대두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북한의 헌법 개정 여부가 초유의 관심을 가질 정도로 파괴력 있는 사안일까? 김정은은 사실상 3대 수령이고, 북한에서 수령 교시는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신의 계시 수준으로 취급되는 존엄 그 자체다. 수령의 초상화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처형을 당할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심지어 수령 교시를 어기는 것은 고사하고 문건만이라고 훼손한다는 사형 처벌까지도 내리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수령이 이미 지난 1월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따라서 김정은 교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 기술적, 사회적 이유로 아직 개정은 하지 않았다는 ‘미개정론’은 별다른 의미가 없고, 개정했지만 발표는 하지 않았다는 ‘미공개론’도 한국의 대응방향 수립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미개정론’ 혹은 ‘미공개론’ 중 무엇이 맞을지에 대한 수수께끼 논쟁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방책이다. 핵심 파악에 혼선이 생겨 노력의 집중이 분산되면 안 된다. 북한이 예상되었던 사항을 헌법에 담았는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미 그러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고인민회의 후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나 도로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차단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행동화되는 단계로 넘어갔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당국은 헌법 개정 여부 판단보다는 접경지역에서 억제력을 높여 북한의 오판이 차단되도록 하는 조치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접경지역 군사대비태세를 재점검하고, 현 교전교칙의 효과성을 따져보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엉성한 정책이 국제사회가 부화뇌동되지 않도록 ‘8·15 통일 독트린’을 다양한 외교무대에서 의제로 올려 한국의 새로운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 제고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