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2금융권 불러 가계대출 점검
보험사들 가계대출 관리 사례 공유
정책·전세대출 DSR 차등적용 검토
금융당국이 소득별·지역별로 정책금융 상품·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자 이에 대한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제1금융권의 규제 강화로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제2금융권 '풍선효과'에 다시 확대될 우려가 있어서다.
15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상품과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도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전세대출에 대해 "은행권에서 제출한 데이터를 보고 전세대출을 소득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정책금융 상품·전세대출 차주의 DSR을 소득구간, 보유주택 수, 지역 등에 따라 세분화한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유주택 수와 지역별·소득별 DSR 수치를 뽑아 보면 어느 부분에서 소득 대비 과다한 원리금 부담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은행들도 어느 부분에 집중해서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관리하라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도입하는 방안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기로 하고 이를 연내 시행하겠다고 했다. 당시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 △고가전세 △갭투자 우려지역 등에 대한 DSR 적용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주택 매입이 힘든 서민의 주거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무산됐다. 지난 2021년에도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이 검토됐으나 반대 의견에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는 빚을 내지 않고선 내 집 마련이 힘든 서민·실수요자에게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 관련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실수요자에게 '주거사다리'로서 분명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금융권의 전방위적 대출규제에도 가계부채 불씨가 꺼지지 않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자 다시금 규제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8월 3조9000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9월에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8월 중순 대출금리를 최대 0.4%p 인상했지만 증가 폭이 줄지 않았다.
은행 자체 전세대출은 8월에 전월 대비 8000억원 감소했지만 9월에 7000억원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다.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이 8월 6조4000억원에서 9월 4조원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전세대출은 갭투자 수요와 연결돼 가계대출 확대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풍선효과에도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과 유관 협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점검하는 실무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현황 및 대응책을 논의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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