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지배구조 규제 남발에 재계 우려, 국회는 경청해야

8개 단체, 무분별 규제 중단 요청
애로 듣고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fn사설] 지배구조 규제 남발에 재계 우려, 국회는 경청해야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상장협 부회장,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중견련 본부장. [한국경제인협회 제공]/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가 16일 "국회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당장 멈춰 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상장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 19건이 계류 중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법안들이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데는 대기업집단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거대그룹들이 없었다면 단기간의 압축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에 대한 과감한 판단은 오너 중심의 대기업이 아니면 어렵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족벌경영의 폐단이 노출됐고, 외환위기 이후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에 대한 자성과 개편 작업이 진행돼 왔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유행할 만큼 대기업들의 문제인식과 개선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마당에서 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쥔 국회가 한 걸음도 아닌 열 걸음을 앞서 나가며 주주들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반대로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안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은 경제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주체이며 국가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지원해 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직접 지원하면서 기업을 돕는 선진국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업이 하는 일에 멍석을 깔아주고 지원사격을 하는 일이 국가의 임무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국회와 정부, 사법부는 어떤가. 마치 기업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것 같은 모습이다. 정부는 말로만 떠벌리면서 온갖 규제는 그대로 놓아두고 있고,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이런저런 법안으로 팔다리를 묶으려 들고 있다.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주주의 권한은 과거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신장한 것이 사실이다. 부분적으로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의 행태는 지나치다. 주주들에게 직접 경영에 개입할 권한을 주고 임원들에게 과한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기업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인 것처럼 몰아세우며 옥죄고 있는 것이다.

끝도 없는 규제가 기업의 자율성을 심대히 해치고 종국에는 기업의 결정권을 박탈해 한국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국회는 알지도 못하는 듯하다. 만약에 국회나 정부의 권한에 국민의 이름으로 일일이 간섭하려 든다고 가정해 보라. 가만히 있을 의원은 없을 것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나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지는 못할지언정 도리어 족쇄를 채워 활동력을 떨어뜨릴 궁리만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주주와 노조의 권한도 중요하고, 경영의 폐습도 고쳐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기업의 영위마저 가로막는다면 곤란하다. 한국의 국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