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타격 한국이 가장 커
트럼프발 안보·통상 압박에 대비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유권자는 정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트럼프 후보가 전날 펜실베이니아 오크스에서 타운홀 대담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다음 달 5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1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제프리 샷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무역정책이 안보 우선주의적으로 바뀌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길어질 수 있다"며 그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샷 연구원의 경고는 미중 간 무역전쟁과 보호무역 심화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반중국 제재 동참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고 한국과 아세안, 멕시코 등은 대중 교역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집권하면 대중 제재는 물론 보호무역 조치를 더 강화할 것이고,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압박이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부터 자동차·반도체 투자 보조금 삭감, 첨단제품 대중 수출규제, 중국산 부품 소재 사용제한 등 전방위로 무리한 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샷 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위험하다"며 FTA 폐기 위협까지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나마 수출로 2%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후보는 15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했다. 100억달러는 트럼프 재임 때 요구한 방위비의 2배다. 이달 초 한미가 타결한 금액의 9배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주한미군 철수·감축, FTA 폐기까지 들먹이며 "방위비분담액을 50억달러로 5배 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100억달러는 트럼프의 엄포성 협상술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 5년간 한미 교역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다. 한국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제조업 분야의 대미 투자액이 지난해 215억달러로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됐다. 대미 무역흑자는 올 상반기 28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5%나 늘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대한국 압박이 경제·안보 등 전방위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올 것이 틀림없다. 트럼프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매기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보조금 축소를 예고한 상태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의 '더 독해진' 통상·안보 전략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트럼프 리스크를 학습한 경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 협정과 한미 FTA 등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대응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민관의 인적 네트워크도 적극 가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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