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대손충당금 대규모 적립
부동산PF 부실사업장 정리 속도
금리인하에 조달비용 부담 줄어
4분기 흑자 흐름 이어갈지 주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부실로 적자의 늪에 빠졌던 저축은행업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예상과 달리, 올해 3·4분기 2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익 창출을 뒷받침하는 수신잔고도 재차 100조원을 회복하면서 4·4분기에도 흑자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3·4분기 2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PF 여파로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30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5559억원 규모였다.
부동산 PF 위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적자가 전망됐지만 빠른 속도로 흑자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앞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등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깜짝' 흑자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당국은 PF사업장 분류기준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해 최하등급인 '부실우려' 사업장 중 연체가 3개월 이상 진행된 사업장은 6개월 안에 경공매를 진행토록 했다. 또 '유의' 사업장은 대출원금의 30%를, '부실우려' 사업장은 대출원금의 75%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했다. 이에 지난 2·4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덕분에 3·4분기 충당금 규모가 크게 줄면서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대손충당금을 2조3285억원 적립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당국 방침에 맞춰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3·4분기에는 추가 충당금 전입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 금리도 안정화되면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 달 만에 수신고도 100조원을 회복하면서 향후 실적을 뒷받침하게 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00조9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99조9128억원)대비 1조440억원(1.04%) 늘었다.
저축은행은 예·적금 수신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고, 수신 자금으로 대출 영업을 늘려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간 저축은행업계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치한 고금리 상품으로 이자 비용이 급등하자 지난해 말부터 수신금리를 낮추는 등 여·수신 줄이기에 주력했다.
이에 지난 7월 수신 잔액은 2021년 11월(98조6843억원) 이후 2년 8개월 만에 100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저축은행업계가 재차 곳간 채우기에 나서면서 수신 잔액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금리인하기 대출을 늘리기 위해 수신고 확보 치원에서 예금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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