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정치부
'김건희 국감' '이재명 국감'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붙은 수식어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번 국감을 '끝장 국감'으로 규정하고 처음부터 김 여사를 정조준했다. 당초 '민생·정책국감'을 지향한다고 했던 여당 역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며 여야가 서로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여야 간 신경전은 지난 16일 국회 운영위에서 극에 달했다.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와 전 정권의 고위 관료를, 민주당은 김 여사를 비롯해 김여사 의혹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명단에 올렸다. 결과적으론 야당 신청 증인만 채택됐지만, 각자의 명단은 서로의 정치적 속내를 그대로 보여줬다.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사이다 정치'가 더 관심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굳이 국감에서 김 여사와 이 대표, 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총구'를 겨누는 게 실질적으로 민생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로지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복수의 정치' '극단적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로밖에 비치지 않아서다.
군인 복지·처우 개선, 연금개혁, 세수충당 방안, 감세 실효성, 금융투자소득세 찬반 논쟁. 이번 국감에서 상임위 몇 군데를 둘러보면서 주요 이슈를 메모했다. 모두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민초들과 직결된 현안들이다. 하지만 상당수 민생 현안이 '김건희·이재명 국감'이라는 거대한 정쟁 쓰나미에 가려졌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국감이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남은 국감도 정쟁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까지 동행명령장 발부, 증인·참고인 채택을 수차례 단독으로 의결한 민주당은 남은 국감일정 동안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공세를 끌어올릴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11월 사법리스크'를 계속해서 거론할 게 자명하다.
정치권은 국감이 끝나면 국민 머릿속에 '김건희' '이재명'만 남길 바라나. 국감은 1년간 국정농사의 허와 실을 짚어 민생안정을 꾀하는 게 목적이다. 맹목적 방어와 공격, 정치적 셈법 위주로 주목받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호통이나 고압적 자세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인보다 미흡한 사회·경제시스템을 향한 논리적 비판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정치인이 더 주목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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