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올해 2.0%, 美에 첫 역전당해
고령화로 노동력 감소, 규제 풀어야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지난해 미국에 처음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미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을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로 전망했다. 1년 전 추정치보다 0.1~0.3%p 올라가긴 했지만, 2~4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0.4%p 떨어진 것이다. 하락 속도가 빨라 한국은 향후 2%대 잠재성장률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OECD가 예측한 2030~206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평균치도 0.8%대에 그친다. 반면 미국은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잠재성장률이 1.9%에서 2.1%로 올라갔다. 올해도 2.1% 수준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해 이미 미국에 성장률을 추월당한 것이고, 올해도 역전되는 것이 확실하다.
잠재 GDP는 한 나라가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요소를 투입해 물가급등이나 경기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통상 소득수준이 높은 거대 경제권은 잠재성장률이 낮게 지속된다. 미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한국의 2배다. 잠재성장률 역전은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정체 상태이거나 심지어 후퇴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꺾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인구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2022년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70.2%에서 2072년 45.8%로 감소한다.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19.2%에서 47.7%로 늘어난다. 일하고 세금 낼 사람보다 부양받아야 하는 노인이 많은 완전한 '늙은 국가'가 되는 것이다.
노동력이 줄어들면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떠받치기가 어렵다. 수출 주도인 우리 경제가 1970~1980년대 최고 9%대의 기록적 성장을 이뤄낸 것도 탄탄한 노동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렇다면 노동력 이외의 자본과 기술 등의 자원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노동력이 부족하면 자본 투입 대비 생산성과 성장 기여도를 크게 높이는 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0%, 2040년대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재정을 써 노동력 저하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수가 줄어 재정적자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힘든 상황이다. 세수도 결국 기업 투자와 생산, 고용 등의 경제활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재도약과 침체, 그 전환점에 서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고 기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등의 산업구조 혁신에 적극 나서야 함이 첫째 과제다. 인적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소모적 교육정책 혁신과 고령층·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노동개혁이 둘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혁신이 셋째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경제역동성 회복정책 이행에 속도를 내고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힘을 보태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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