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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합병원 “청년 우울증 조기진단 놓치면 만성 고통”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3명꼴 우울증 위험군
정부, 내년부터 20∼34세 청년 2년마다 정신건강검진 실시

온종합병원 “청년 우울증 조기진단 놓치면 만성 고통”
온종합병원 전경. 온종합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 서른 살 취업준비생 A씨는 잇따라 취업에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증 증상이 심해졌다. A씨는 대학생 시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과 우울감이 심해졌다. 특히, 졸업 이후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우울증이 악화, 결국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취업 불안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건강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22.9%에 비해 9.2%P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증가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7만 6246명에서 2021년 17만 3745명으로, 4년 사이 무려 45.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가 12만 3592명으로, 20대 남성 환자 4만 172명보다 3배나 더 많았다.

부산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은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해 본 청소년 비율은 5.6%에 그쳤다”고 21일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말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자료에서는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34만여 명에 달했고, 이 중 14만여 명은 은둔 상태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우울증은 청년들이 겪는 우울 장애를 의미한다.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문의들은 우울증의 대표증상으로 10가지를 꼽는다. 슬픔, 허무감, 매사에 의욕 저하,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불면이나 과다 수면, 폭식,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생각이나 인체반응이 느려지거나 우유부단, 과거에 대한 후회나 죄의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최세지 과장은 “청년 우울증은 학업, 직장, 대인관계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감정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고립된 시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운동, 명상, 취미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 등 규칙적으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도 정신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다.

정부는 최근 ‘일반건강검진 내 정신건강검사’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20∼34세의 청년들이 2년 주기로 일반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정신건강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10년 주기로 일반건강검진 시 우울증 검사를 실시해왔다. 중증 정신질환이 주로 처음 발병하는 청년기에 주기적인 정신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만성화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 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1%에 불과한 실정으로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고, 청년층의 경우도 16.2% 수준에 그친다”면서 “향후 매 2년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검진을 실시함으로써 정신질환의 미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정신질환 증상 초발 후 최대한 빠른 발견과 치료 개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부의 청년 정신건강검진 실시 주기 단축 조치를 반겼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