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비스업 비중, 타지역보다 높아
서비스업 활성화에 정부·市 지원해야
부·울·경 묶어 초광역권 발전 나서야
조군창 우리은행 부전동금융센터장
부산지역 경기,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미분양 많고 일부지역만 분양 잘 돼
부동산 PF시장 회복되기 힘들어
최치언 신한은행 부산·울산본부장
고금리에 투자보다 운전자금만 늘어
대·중견기업 찾아 부산 이전시켜야
관광·금융 등 특화상품 지원 필요
김국완 IBK기업은행 부산지역본부장
부산 서면 밤 9시면 가게 텅텅 비어
부동산 침체로 건설사 3개도 부도
부산으로 기업 유턴 위해 행정 지원을
주종열 KB국민은행 부산울산경남2 지역본부장
직원보다 돈 못버는 가게 사장 23만명
방치하면 은행 포함해 더 큰 문제 생겨
소비진작 위해 인센티브 있어야
이병직 하나은행 부산경남지역 대표
"청년이 떠나면서 이대로 가면 부산은 소멸될 것이다. 우량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부산으로 유치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힘을 합쳐서 정책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부산지역 대표들은 부산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5대 은행 부산지역 대표들은 부산파이낸셜뉴스가 21일 부산 부전동 롯데호텔 부산에서 개최한 '제11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에서 좌담회를 갖고 "젊은 세대를 부산으로 유인할 수 있는 우량기업 유치가 부산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의 대규모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파이낸셜뉴스가 21일 부산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11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에서 부대 행사로 부산지역 5대 은행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조군창 우리은행 부전동금융센터장, 최치언 신한은행 부산·울산본부장, 김국완 IBK기업은행 부산지역본부장, 주종열 KB국민은행 부산울산경남2 지역본부장, 이병직 하나은행 부산경남지역 대표 사진=박범준 기자
―올해 부산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은.
▲주종열 KB국민은행 부산울산경남2 지역본부장=부산 중심지 서면은 저녁 9시면 가게가 텅텅 빌 정도다. 이자 면제, 금리 할인이 끝나면서 한계기업이 드러나고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산에서만 건설사 3개가 부도 났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부·울·경 전체로는 방위산업이 가장 뜨겁고, 조선업도 2028년까지 먹거리가 있다. 아직 경기개선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이르다. 시중은행들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연체율이 0.4%를 넘지 않는다. 다만 건설업이 많이 힘들어 지방은행 중소기업 연체율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병직 하나은행 부산경남지역 대표=고금리에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 연체가 많이 늘었다. 소매판매지수가 지난해부터 16개월째 하락하고 있는데 실제 소상공인의 고충은 더 크다. 직원보다 돈을 못 버는 소상공인 사장이 2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방치하면 은행을 포함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소비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소비심리가 회복돼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국완 IBK기업은행 부산지역본부장=우량기업이 시설에 투자해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고금리여서 자기자금 대출 상환이나 금리가 낮은 타 은행으로 대환하는 등 운전자금만 늘어나는 추세다. 소득에 대비해 창업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청년들이 유출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중견기업을 많이 발굴해 우량기업을 부산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부산의 특화 상품은 관광, 의료, 금융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조군창 우리은행 부전동금융센터장=부산의 서비스업 비중은 77.3%로 타 지역보다 상당히 높다. 8월 제조업지수는 전월보다 10%p 상승했는데 비제조업 지수는 59%로 하락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부산에서 약 90조원이 기업대출로 지원됐다. 원화대출이나 금융기관 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8%p 증가하면서 건전성 회복이 힘든 상황이다. 서비스업 활성화에 정부, 시의 정책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또 혁신성장 분야에 금융지원을 지속하면서 산업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최치언 신한은행 부산·울산본부장=부산 지역경기는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다. 부산에 좋은 제조업 회사가 많이 없다. 우량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반대로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있다. 부산시와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울·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온기가 돌까.
▲조군창 센터장=중견 건설사의 부도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으로 부동산 PF 부실 문제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 금융기관이 신규자금을 공급하면 건전성 특례로 분류되는 등 재사업성 평가 기준을 완화했고,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재구조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시행하는 제도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점진적으로 부동산 PF 경공매 시장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치언 본부장=기준금리는 내렸지만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즉 부동산 PF 시장이 금리인하만으로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각해서다. 부산은 인구유출도 있고, 얼마 전까지 미분양도 많았다. 관건은 '분양'이다. 부산의 일부 지역만 분양이 잘 된다.
▲김국완 본부장=수도권은 아파트 가격도 높고, 수요자가 많지만 지방은 유입되는 인구가 적어 미분양이 많다. 자금이 있어도 실수요자가 많아야 하는데 부산은 늙었다. 노인 세대가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종열 본부장=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경공매의 60%를 정리한다고 했다. 경공매가 일어나는 지역 대부분은 수도권이다. 경공매가 진행되려면 수익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시중은행이 들어가는 시장은 제한돼 있다. 부실 사업장은 수익성 부동산 개발사업이 대부분이다. 금리가 내려도 사업이 원활하게 되기 쉽지 않다. 다만 우량 건설사가 수익성 부동산을 인수하려 하는 곳도, 이미 들어간 곳도 있다. 금융당국이 매각 할인되는 유인책을 준다면 원하는 시간 내 경공매가 완료될 수 있다.
▲이병직 대표=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제한으로 수익성, 즉 사업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금리인하가 되더라도 분양가를 통제받으면서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PF 시장은 회복되기 어렵다. 금융기관은 우수한 대형 개발 사업장 위주로 취급할 것이다. 비주택시장인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의 투자 수요는 완전히 위축돼서 어렵다. 내년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울·경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중소기업 인수합병(M&A)으로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방안은.
▲이병직 대표=부·울·경은 인구가 줄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혁신벤처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하려면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와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금융공기업이 많이 내려왔는데 부산 지역에 자금이 돌면서 협력사 성장과 소비 진작에 많은 영향을 줬다. KDB산업은행 이전을 포함한 금융공기업 이전이 꼭 필요하다. 한계기업 정리는 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다만 지역상권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주종열 본부장=부산에는 매출 기준 전국 100위권 기업이 하나도 없다. 1970년대의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은 탓에 청년들이 떠나면서 소멸도시로 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2차전지 강소기업인 신성에스티가 부산으로 '유턴'한 것처럼 행정적 차원에서 지원하면 된다.
▲김국완 본부장=부산에 우수 중견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M&A는 반도체,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에 수요가 많다. 전통산업이 많은 부산지역에서 이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조업 철강 대표들은 자식들이 물려받지 않으려 해서 가업승계도 쉽지 않다고 한다.
▲조군창 센터장=한계기업의 M&A는 비용절감과 신성장 산업의 진입을 위해 필수요소다. 부산은 서비스업,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경남은 방산과 항공우주라는 산업구조를 바꾸긴 어렵다. 부·울·경을 묶어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시행함으로써 동남아물류센터 조성, 가덕도 신공항 건설, 수소벨트 구축 등으로 성장구조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권병석 박재관 서혜진 변옥환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