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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불러온 전기차, 사고시 불 못지 않게 이것도 조심해야

기술 발전 이면에 환경보건 문제 숨겨져 있어

'캐즘' 불러온 전기차, 사고시 불 못지 않게 이것도 조심해야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된 다중밀집시설 대형화재를 대비한 '2024년 고양특례시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량을 상방향 방수장치로 진화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사고가 마치 산불 피해와 같이 피부, 안과질환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22일 주장했다.

함 교수는 지난 8월 초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 사고를 우리 사회가 새로운 환경보건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시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 사고를 겪은 주민들은 피부질환과 안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불에 의한 대기오염은 피부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터리 연소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독가스가 건강에 직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요소인 니켈(Ni)과 코발트(Co)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접촉피부염연구회(ICDRG)의 분류에 따르면, 이 물질들은 주요 알레르겐으로 작용한다. 또한,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불화수소(HF)는 강한 부식성과 독성을 지닌 가스로, 피부와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함 교수는 이 같은 사고 발생 시 필요한 체계적 대응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산업환경보건전문가를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작업환경과 대기환경 모니터링 △화재 발생 공간의 실내공기질, 특히 미세먼지, 중금속, 불화수소 농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제공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피부과, 안과, 호흡기내과,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 △추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건강 영향 평가 △노출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화재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파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무엇보다도 법적, 제도적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 기준 강화, 화재 시 대응 매뉴얼 개선, 소방관에 대한 교육, 환경보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책임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효과적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데, 주민들에게 현 상황과 잠재적 위험, 그리고 대처 방법에 대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환경과 건강, 그리고 기술 발전의 균형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