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도 세번째 재표결 앞두고
'빈손 회동' 尹 압박 모양새 연출
친한계서도 "이탈표 장담 못해"
추경호는 "반드시 막아내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빈손 회동을 마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금 '민심 눈높이'를 화두로 내세워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전날 회동에서 민심을 대변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한 대표의 요구는 사실상 수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한 대표의 선택이 향후 당정관계를 결정지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풍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우리는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강조한 민심은 앞서 국민 눈높이를 고리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김 여사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제기된 의혹 관련 규명 등을 제시했으며,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된 한 대표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태도가 관심을 끌게 됐다.
거대 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내달 초 본회의에 더욱 강력해진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거대 야당 주도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관건은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로 모아진다. 앞서 두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여기에 4표의 이탈표만 더 생긴다면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싱겁게 끝나면서 당내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저지를 위한 마지노선인 8표 사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심은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묵과하고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약 20여명에 이르는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불만이 있는 만큼 다음 재표결에서 이탈표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정권 출범 이후부터 2년 반씩이나 계속 블랙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잘하신 것도 많다. (그런데) 김 여사 블랙홀 때문에 이런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가서 아무것도 빛을 보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이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통과로 당정갈등이 폭발하면 양측 모두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한 대표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이 각자의 길을 걷는 순간 정권이 흔들리는 모습은 과거의 역사에서 수차례 발견할 수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통과로 꼭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더욱 긴밀히 협의하면서 단합하고 하나되는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은 반헌법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분에 관해 대부분 의원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검법이 구체적으로 추진된다면 의원들과 힘을 모아서 반헌법적인 특검법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