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스포츠 프로그램 인기로 프로스포츠 암표 가격도 급등
소비자들 "암표 때문에 경기 못봐 고민도"
중고 플랫폼 "적극 모니터링 실시"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에 입모아
2024 신한 쏠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21일 오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 매표소에 전석 매진 안내판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뭉쳐야찬다', '골때리는그녀들', '최강야구' 등 스포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프로스포츠 암표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암표에 대한 수사 의뢰는 0건으로 밝혀졌다. 암표 거래 의심사례 건수가 한해 5만건을 넘어섰지만 어려운 신고 절차와 함께 처벌 수위가 약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받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센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30일까지 좌석번호가 확인된 온라인 암표 의심사례 건수는 471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좌석번호가 확인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치면 5년여간 총 16만4802건이 집계됐다.
△2020년 495건 △2021년 680건 △2022년 821건 △2023년 1294건 △2024년(8월30일까지) 1423건을 기록했다. 문체부는 지난 2020년부터 프로스포츠협회를 통해 온라인 암표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며 암표 가격도 급등했다. 전체 프로스포츠 암표 거래 가운데 95%를 차지한 야구의 경우 한국시리즈를 맞아 암표 가격이 치솟았다. 중고 플랫폼 사이트에는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경기 SKY지정석 가격이 장당 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 가격이 3만원임을 고려하면, 6배 이상 형성된 것이다. 또 다른 3만원짜리 K3구역 좌석도 15만원에 형성돼 5배 높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축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일 한 게임사가 주최한 이벤트 매치의 경우, 7만원짜리 2등급 C구역 좌석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상승했다. 직전주에 열린 자선 경기는 트로트가수 임영웅 씨가 출연하며 6만원짜리 2층 일반 좌석이 17만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이 중고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중고나라 캡쳐
이에 팬들은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프로스포츠의 인기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아졌지만, 정작 암표 적발에는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시리즈 예매에 실패한 20대 임형균씨는 "지금은 한국시리즈 뿐만 아니라 일반 경기도 예매가 너무 힘들다"며 "가끔 유혹이 생겨 암표를 찾아본 적이 있지만, 이제와서 남 좋으라고 비싸게 사긴 싫어 구매를 포기했다. 경기장에서 대놓고 암표를 파는 상인들을 적발하지 않는 것을 보고 주최탓을 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권 실명제 등 실질적 방안을 고려하거나 공론화를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며 강조했다.
지난해 축구 이벤트 매치 암표 구매를 고민했던 30대 진모씨는 "15만원짜리 티켓을 중고 플랫폼에서 40만원에 구매하려다 말았다"며 "내가 구매하면 다른 팬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꼴이다. 매크로를 단속한다고 해도 암표상들은 어떻게든 비싸게 파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중고 플랫폼 업체들은 현행법상 개입하기 어렵지만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나라 한 관계자는 "온라인상 재판매되고 있는 티켓은 현행법상 암표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법거래나 사기거래로 의심될때는 모니터링을 해 제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관계자도 "영리적 목적으로 다량의 티켓을 상습적으로 판매하는 경우 자체 모니터링과 이용자 신고를 통해 제재하고 있다"며 "매크로 등을 활용한 전문 판매업자의 활동은 강력히 차단 중"이라고 밝혔다.
늘어가는 암표 신고건에도 담당부처는 수동적인 조치만 시행할 뿐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문체부가 처리한 조치건수는 총 4313건으로 해마다 증가(495→680→821→1294→1423)하고 있지만, 정작 경찰 수사 의뢰 건수는 신고센터 운영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암표 신고의 경우 좌석번호가 확인돼야만 티켓 판매사를 통해 구매자를 특정해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컴퓨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표를 예매하고 되파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법이 통과됐음에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암표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매크로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접근을 방해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부당행위를 한 판매자들에게는 무거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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