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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여야 ‘금투세 정쟁’ 멈추고 폐지해야

[테헤란로] 여야 ‘금투세 정쟁’ 멈추고 폐지해야
김미희 증권부 차장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국내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금투세 시행·유예(기준완화)·폐지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여야 정쟁이 지속된 탓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관계당국과 1400만 개인투자자는 답답하다. 금투세 시행은 국내 증시에서의 자본이탈을, 금투세 유예는 시장 불안요인이라는 점에서 금투세 폐지가 불가피한 지금 법 시행 시기는 약 70일 남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등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시급한데도 여야 지도부가 금투세 공방만 벌이자 투자자들은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미국 등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총 7조361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곧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심화시킨다. 한국거래소가 2023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투자지표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이다. 이는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 PBR(3.2배)은 물론 24개 신흥국 평균(1.7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수출의존도가 높아 경기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대비 소극적인 주주환원정책과 지배주주이익이 최우선인 기업지배구조 등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부분은 바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입법과제란 얘기다.

국내 증시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금투세를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우선 금투세 과세대상인 고액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시가총액(755조원)의 절반을 상위 0.5% 투자자(10억원 이상 보유)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상위 투자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후 불 보듯 뻔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증가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본시장의 악순환인 셈이다.
당초 금투세 도입 목적이었던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현행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금투세 등 추가 과세체계는 국내 증시가 탄탄해진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