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준 미국 대선 사전투표 비율 12%, 역대 최대 사전투표 전망
팬데믹 거치면서 편리한 사전투표 정착
전통적으로 사전투표 많으면 민주당 유리
이번에는 공화당 유권자도 대거 미리 투표, 트럼프도 "사전투표 하겠다"
특정 정당 유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어
사전투표 늘자 부정선거 음모론 증폭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한 시민이 대선 사전투표소에 들러 투표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2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미 전체 유권자의 12%가 투표를 마쳤다. 올해 사전투표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그만큼 부정선거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12%가 이미 투표
미국 뉴욕타임스(NYT)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기준 우편 및 대면 방식으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전체 12%에 달하는 2431만3708명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시작으로 우편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으며, 같은달 20일부터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3개 주에서 직접 투표소에 출석하는 대면 사전투표를 시작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47개주는 유권자 전체에게 사전투표를 허용하지만 앨라배마, 미시시피, 뉴햄프셔주를 포함한 3개주는 자격을 갖춘 유권자에게만 부재자 투표를 진행한다.
NYT 집계에 의하면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7대 경합주 중 하나인 조지아주(28%)였다. 2위 역시 경합주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25%)였다. 미국의 사전투표 비율은 2012년 대선 당시 33%에 불과했으나 2016년 대선에서 40%로 올랐고, 2020년 대선에서는 69%에 달했다. 대선은 아니지만 지난 2022년 중간선거의 사전투표율도 50%로 집계됐다. 미국 NBC방송이 지난 4~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2%가 사전투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보도에서 이번 대선 사전투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22일 보도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미국인의 투표 습관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 투표가 미국 민주주의 절차의 영구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현지 매체들은 팬데믹으로 투표소에 가는 대신 우편으로 투표했던 미국 유권자들이 팬데믹 이후 편리한 투표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카멜에서 대선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공화당 유권자 사전투표 증가...트럼프 유리?
미국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원의 60%는 우편으로 투표했으며 공화당원 가운데 우편 투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대선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 때문에, 유색인종이나 저소득 노동자 등 평일에 시간을 내기 힘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사전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이전 선거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투표 당일 현장 투표를 선호했다. 특히 2020년 대선 당시 우편 투표로 부정선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도 미리 투표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연설에서 "지금은 45일 일찍 투표할 수 있는 멍청한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지난번에 일어난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올해 사전투표에 나서는 공화당 유권자가 급증하면서 말을 바꿨다. 그는 이달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리 투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정말 복잡한 심경”이라면서 “사전투표를 할 것이다. 일찍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투표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표하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사전투표 증가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의 투표율 상승을 의미할 수도 있고, 팬데믹 이후 당일 현장 투표로 복귀하는 민주당 지지자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양측의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벌써부터 음모론 증폭
24일 미국 AP통신은 사전투표 증가와 더불어 부정선거 음모론 역시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화이트필드 카운티의 사전투표소에서 전자 투표 기계가 결과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기계에 문제가 없다며 당시 유권자가 후보 선택에서 부정확한 조작을 했다고 해명했다.
올 여름부터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18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집회에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필라델피아와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카운티의 투표 기계가 "엄청난 우연"으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했다며 "다른 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이어드레 헨더슨 유타주 부지사는 "진실은 지겹고, 사실도 지루하다"며 "반면 분노는 매우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 논란이 "사실을 놓고 벌이는 '두더지 잡기'같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의 에릭 올슨 선거관리국장은 갈수록 허위정보와 싸우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작은 카누에 앉아 거대한 파도같은 소셜미디어를 상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민주당 진영에서는 공화당에서 2020년 대선처럼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오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은 이달 1일 부통령 TV 토론에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뒤집으려 했고, 여전히 국민의 의사를 부정하고 있으며, 폭력적인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선거 당일 밤과 그 이후 일어나는 일들을 상황에 맞춰 대처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에 필요한 자원, 전문 지식, 집중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애스턴에서 유권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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