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행 반인륜적, 고령인 점 고려
징역 25년, 5년 간의 보호관찰 명령"
[파이낸셜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70대 남성이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24일 강간·강간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5년 간의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추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몰래 수면제를 복용시켜 강간했고, 약 4일 동안 5회에 걸쳐 수면제 12~14일분을 반복적으로 먹였다"며 "피고인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피해자가 심각한 건강 악화에 빠졌음에도 계속 수면제를 복용시키는 등 범행이 반인륜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중 피해자 사망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도주하는 등 최소한의 도리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강간 살해하려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75세 고령인 점을 고려해 유기징역 선고만으로도 무기징역형에 준하는 결과에 이를 것임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열린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강간 범행에 대한 사실 관계 자체는 인정하나 살해 고의나 예견 가능성은 부인한다"며 "(피고인이)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시켰지만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노숙인 B씨와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 투숙하며 수면제 36∼42정을 5차례에 걸쳐 몰래 먹여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가 B씨에게 먹인 수면제는 최대 2주치 복용량에 달한다. B씨는 4월 3일 객실에서 숨진 채로 모텔 주인에게 발견됐고, 경찰은 도주한 A씨를 이튿날 충북 청주에서 검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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