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노인 빈곤·자살률 OECD 1위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 40%
독거노인 213만8000가구
빈곤·고독하고 나이 많을수록
더 우울하고 자살성향 높아
한국 사회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지 않다. 한국은 압축성장을 통해 짧은 기간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빠른 성장을 한 만큼 점진적으로 이뤄나갔어야 할 노인을 위한 인프라, 노인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는 연령을 불문하고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정도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韓 노인들 우울감 '위험수위'
한국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은 원인을 명확하게 지목할 수 없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년층보다는 빈곤한 노인이 더 고독하고 우울해 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들은 전 세계 주요국 노인에 비해서 빈곤하다. 지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소득 빈곤율은 40.4%를 기록했다. 평균치인 14.2%보다 3배 수준으로 높은 것은 물론이고, 22.8%를 기록한 미국이나 20.2%를 기록한 일본보다도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이 조사는 자산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율을 계산했기 때문에 주요국 대비 연금 소득이 낮고 총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한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한국의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혼자 사는 노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1인 가구는 213만8000가구를 기록, 전체 일반 가구 중 9.7%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 10가구 중 1가구는 노인 혼자 사는 가구인 셈이다.
빈곤하고 고독한 노인일수록 더 많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거노인, 학력 수준이 낮고 도시보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노인이 빈곤과 우울증에 더 많이 노출됐다. 또 빈곤과 우울감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고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독거노인의 경우 건강하다는 응답이 34.2%로 48.6%인 노인부부 가구 대비 낮았고, 우울증상을 가진 비율도 독거노인이 16.1%, 노인부부는 7.8%로 나타나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고령층이 전체 환자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정신건강상 문제인 우울증에 대한 대응의 핵심에 노인들이 있는 것이다.
■우울증, 자살로 쉽게 이어져
노인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것은 자칫 자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 빈곤에서도 OECD 국가 중 최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노인 자살률도 압도적 1위다.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2.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6.5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2023년 자살사망통계에 따르면 연령대별 자살률에서 노인 비중은 다른 연령대 대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80세 이상은 10만명당 59.4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39명으로 뒤를 이었다.
60대도 30.7명을 기록, 5위를 기록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도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지난 2013년 대비 한국의 자살자 수는 감소했고, 당시에 비해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감소했지만 노인 자살률은 여전히 다른 연령대를 몇 배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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