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망치 0.5% 크게 밑돌아
수출 전분기보다 0.4% 뒷걸음
올 GDP 성장 전망 수정 불가피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간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이 7분기 만에 최저 폭으로 증가하면서 당초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역성장을 기록한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GDP 쇼크'가 나타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전기 대비 0.2% 역성장한 2·4분기와 지난 2022년 4·4분기(-0.5%)를 제외하면 지난 2021년 3·4분기(0.0%) 이후 3년 만에 최저 성장률이다.
이는 국내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이 무너진 결과다. 올해 3·4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0.4% 감소하며 지난 2022년 4·4분기(-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비IT 품목에서는 한국GM 파업,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화학제품 수출이 주저앉았다.
이에 3·4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은 성장률을 0.8%p 끌어내렸다. 그간 부진을 이어온 내수보다도 성장률 기여도가 낮은 것이다. 3·4분기 내수는 설비투자(0.6%p), 민간소비(0.2%p) 등에 힘입어 성장률을 0.9%p 끌어올렸다.
이 같은 올해 3·4분기 수출쇼크는 한은의 당초 전망과 배치된다. 한은은 지난 8월 분기별 전망치를 공개하며 올해 3·4분기 성장률이 0.5% 수준에 달할 것으로 봤다. 지난 16일에도 블로그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에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의 차이를 두고 "8월 전망 당시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으로 미뤄 수출이 (3·4분기에)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올해 4·4분기에도 수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세 둔화, 중국 내수부진 우려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신 국장은 "전반적인 흐름은 수출의 양호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겠으나, 수출 관련 불확실한 요인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달성은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0.1% 성장에 머문 3·4분기를 고려할 때 당초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4·4분기에 1.2% 성장해야 한다.
한은은 다음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신 국장은 "전망치에 비해서 3·4분기 실적치가 낮게 나와 2.4%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 대내외 불확실한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다음달 전망 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5%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0.1%)을 상회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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