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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야구 천만 관중 이어가려면

[기자수첩] 야구 천만 관중 이어가려면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광주와 대구가 난리다. 광주 챔피언스필드와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 원정경기가 열리는 날에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진다. 티켓이 모두 동이 났기에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한 후속 조치다. 월드컵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1982년 태동 이래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꿈의 1000만 관중을 돌파한 2024 KBO 리그는 역대 최초로 전 구단 평균 관중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총 720경기 중 221경기가 매진되며 전체 경기의 30.7%가 매진됐다. 기존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인 68경기를 3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이토록 야구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젊은 스타 선수들의 등장이다. 김도영(KIA), 문동주(한화), 이재현(삼성), 윤동희(롯데) 등 수많은 영스타를 발굴하며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 MVP가 유력한 김도영은 올해 혼자서 100억원 이상의 유니폼을 팔아치우며 엄청난 화력을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대회 호성적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지난해 항저우 AG에서 4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일본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조롱을 받았던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으로 지루한 판정 시비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각 구단이 다양한 마케팅으로 젊은 관객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은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한국 야구지만, 현재 분위기에 도취돼 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볼거리가 무수히 많은 시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모든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게 돼 있다. 야구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징후는 곧 나타난다. 따라서 야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프로구단이 직접 지역 아마야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대회 성적도 중요하다. 현재 중흥기를 이끄는 선수들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상당하다. 즉 2년 후 아이치·나고야 AG와 4년 후 LA 올림픽에서 야구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야구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위기가 왔을 때 준비하면 그때는 이미 늦는다. 노는 물이 들어왔을 때 힘차게, 쉼 없이 저어야 한다. 몇십 년 만에 찾아온 이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js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