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현대차 사상 최고 실적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더 박차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1조7천920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와 자동차 양대 산업의 기둥기업인 SK하이닉스와 현대차가 사상 최고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8% 증가했다. 순이익은 5조7534억원 흑자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SK하이닉스가 거둔 성과는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삼성을 능가하는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3·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4조∼4조4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크게 뛰어넘은 셈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은 뚝심과 끈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부터 전문가를 초청해 스스로 공부하면서 HBM 등 전 분야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고 한다. 2022년에는 HBM3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됐고, 시장점유율도 90%에 이르렀다.
현대차도 올해 3·4분기 매출이 42조92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역대 3·4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하이브리드, 제네시스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차종을 주력으로 삼은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될 만큼 시장 전망이 어둡다. 자동차 역시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현재의 성과를 낳은 기술개발과 혁신에 더 매진해야 한다.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다. 한국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밑돌아 전분기 대비 0.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추세를 보면 확연한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1인당 GDP가 우리보다 더 일찍 저성장에 빠진 일본을 연속으로 넘어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체감한다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려면 기술혁신이 최우선 조건이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의 발전 없이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일본의 장기 저성장 원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는 건재하지만 전자산업 등에서 대처가 늦어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 경제는 곧 TSMC로 대표되는 대만에도 1인당 GDP가 추월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부진을 메워주는 SK하이닉스의 선전은 더 빛이 난다. HBM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에서 앞서 나갔기에 가능했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도 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채찍을 가하면서 기업 지원과 애로 해소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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