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환치기 탈세 등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의 국경 간 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이에 필요한 외국환거래법을 내년 중에 개정,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경 간 거래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처럼 자유롭게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포함해 상시 감독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정의를 신설한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 거래와 보관관리업체 등 40여개사가 법망에 들어온다고 한다. 이들 사업자는 가상자산의 국경 간 거래를 취급하기 위해 사전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도 매월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이 정보는 불법거래 감시·적발에 활용된다.
국경 간 거래 등록·보고 의무화 대상은 모든 가상자산이다. 달러 등 실물화폐와 가격이 고정돼 국경간 거래에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도 그 중 하나다.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USDT)처럼 달러와 1대1 비율의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지난 6월 우리나라 거래소에도 상장됐다. 변동성이 낮고 송금이 간편한 장점이 많다.
이런 이유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무역결제 거래가 급증세다. 하루 거래액이 지난해 1911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이 넘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국내 거래량은 올 들어 9월까지 4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상자산은 국경 간 거래에서 사전 사후 모두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마약·도박자금 세탁, 환치기, 조세 탈루, 밀수입 등의 우회 불법거래에 제도권 밖의 가상자산이 악용되고 있지만 금융·관세당국이 손쓸 방도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적발된 외환 범죄금액(11조원)의 82%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범죄였다. 수출 품목을 속여 밀수출하거나 저가로 거짓 신고해 차액을 가상자산으로 받아 법인세를 탈루한다. 중계무역 수출 대금을 대표 개인이 가상자산으로 수령해 탈세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가상자산은 발행과 상장, 거래 등 여러 면에서 법 규정이 미비하다.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건강한 시장을 육성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적 자금세탁과 탈세에 악용되는 허점을 방치해선 안 된다. 올 7월부터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함께 관련 법을 신속히 개정해 가상자산의 불법거래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나아가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가상자산의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를 제도화하는 논의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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